- 부산에서만 310여 명 포기 의사
- 간부 중심 '해제 희망원' 인증샷
- SNS에 부당함 호소 글 줄이어
국무총리실의 검·경 수사권 강제 조정안에 반발해 일선 경찰이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대규모 수사 경과(警科) 반납 운동을 벌이는 것은 물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부당함'을 호소하는 글을 대거 퍼뜨리고 있다.
24일 부산경찰청 잠정 집계 결과 이날 오후 6시까지 일선 수사 경찰 310여 명이 "수사 경과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는 일부 경찰서와 외근 수사 경찰의 의사는 파악되지 않은 수치로, 수사 경과를 포기하는 경찰은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수사 경과란 경찰의 업무 분야를 가리키는 것으로, 수사 및 일반 경과로 나뉘어져 있다.
현재 부산경찰청을 비롯한 각 지방경찰청은 수사 경과 반납 운동에 나선 경찰의 수를 파악 중이다. 이미 한 지방경찰청에는 수사 경과 포기 희망자가 23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개로 이날 오후 기준으로 경찰 인터넷 내부망의 '발전제언방'에 수사 경과 포기 글을 올린 경찰도 전국 2740여 명에 달했다.
특히 일선 경찰서 경정·경감 이상 간부급 경찰이 개인 트위터 등에 '수사 경과 해제 희망원' 제출 인증사진을 올리면서, 동참하는 경찰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부산 한 경찰서 수사과장(경정)은 "이대로라면 희망이 없다. 더는 수사 경과에 있을 이유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원 수가 3만5000여 명에 달하는 인터넷 수사 경찰 카페도 이날 항의의 표시로 폐쇄를 선언했다. 11년7개월간 이 카페를 운영한 서울 한 경찰서 경감급 간부는 "형사를 운명이자 천직으로 알고 생활했다. 이제 형사의 길은 무의미하다"며 "'범죄 사냥꾼'이라는 열정 하나만으로 꾸려온 카페의 문을 닫는다"고 회원들에게 공지했다.
경찰은 이 밖에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의원들과 언론사 홈페이지 등에 "국무총리실 강제 조정안을 막아 달라"는 글을 줄줄이 올리고 있다. 경찰 수뇌부도 이 같은 분위기가 어디까지 확산할 줄 몰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수사 경과 포기 의사를 밝혔다고 해도 매년 12월 열리는 경과 해제심사를 거쳐야 하는 등 당장 변화가 있는 건 아니다"면서도 "그만큼 일선 경찰이 분노하고 있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