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민 돈 수조원대 탕진한 비리…유착 확인 후 감독시스템 정비
- 고위층 특혜인출 수사 등 미완, 대주주 등 처벌·규제 강화 여론

부산저축은행그룹이 저지른 천문학적 규모의 금융비리 수사는 저축은행 업계에 만연한 고질적 비리를 근절하고 금융당국과 유착관계를 밝혀내 감독시스템을 재정비하는 계기가 됐다.

최재경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2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에서 부산저축은행 그룹 비리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검찰이 발표한 종합수사결과에 따르면 부산저축은행그룹 비리를 수사하면서 기소한 76명 중에는 부산저축은행의 불법영업 과정에서 뒤를 봐준 전·현직 금감원 직원 8명, 국세청 공무원 7명, 공인회계사 4명이 포함됐다.

이 밖에 누적된 경영부실로 퇴출위기에 몰린 부산저축은행그룹의 구명 로비에 가담한 청와대, 감사원,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의 고위층 인사 5명도 기소됐다. 고교 선후배 사이인 박연호(61) 회장을 비롯한 부산저축은행그룹 핵심 임원들은 금융당국과 고위층의 비호 속에 서민들이 믿고 맡긴 수조 원대의 고객예금을 '쌈짓돈'처럼 탕진했다.

검찰의 수사는 검사 과정에서 적발한 비리를 눈 감아준 금융당국을 비롯해 고위층 인사까지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아울러 국민적인 공분을 불러온 영업정지 전 고위층 인사 특혜 인출 의혹에 대한 수사도 병행돼 1100여 명의 예금 인출자와 저축은행 임직원이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의혹은 실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돼 국민들에게 실망을 줬다.

지난 6월 말부터 2개월가량 소강상태에 있던 수사는 8월 말 캐나다로 도피했던 부산저축은행그룹의 핵심 로비스트 박태규(71) 씨가 자진 귀국하면서 다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검사 완화 명목으로 박 씨에게서 금품을 받은 김두우(54)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구속됐다. 하지만 수사는 여기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이 때문에 로비스트 수사는 미완에 그쳤다는 지적을 받았다.

업계와 저축은행 예금자들은 "아직도 대주주가 저축은행을 사금고처럼 운영해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저축은행이 있다"며 수사 확대를 촉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검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개선해야 할 점을 발표했다. 대주주의 '사금고화'를 막으려면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 행위와 개별 차주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 위반 행위에 대해 법정형을 대폭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비리 경영진의 재취임을 막을 더욱 강력한 조처가 필요하고, 불법행위 정도에 따라 대주주 적격성 심사 및 자격 제한과 주식 매각 명령 등 법적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문제가 심각했던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에 대한 대출 비율과 기간을 엄격히 제한하고, 차명 대출을 금지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