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사협상 막판에 또 다른 불씨
- 6차 희망버스 26일 부산서 개최

대규모 정리해고를 둘러싸고 1년 가까이 노조와 충돌 중인 한진중공업이 이번에는 생산직 근로자에 대해 유급휴업을 단행하기로 해 파문이 일고 있다. 사측의 유급휴업 방침은 막판으로 치닫는 노사협상에 또 다른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진중공업은 오는 14일 전후로 생산직 근로자 250여 명에게 유급휴업을 통보할 계획이라고 1일 밝혔다. 일감이 남은 특수선은 제외하고, 상선 관련 근로자부터 차례 대로 휴업을 시행한다는 게 사측 입장이다.

사측에 따르면 한진중공업은 2008년 9월 이후 단 한 척의 선박도 수주하지 못했다. 당시 수주한 18만t급 특수선 두 척의 공정도 이달 말이면 끝나, 다음 달부터는 일거리가 전혀 없다. 지난 7월 초 아시아지역 선주와 4700TEU급 컨테이너선 발주 입찰의향서(LOI)를 체결했지만, 아직 본계약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현재 생산직 근로자 678명(순환교육 250명 포함) 중 일부는 일거리가 없는 상태다. 사측은 이에 따라 2일 오전 원광영 노무담당 상무가 차해도 노조 지회장을 만나 유급휴업 방침을 전달하기로 했다.

유급휴업자가 현장에 복귀하는데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수주를 따내더라도 선박 설계와 자재 구매 등에 시간이 필요해 최소 10개월 후에야 복직할 수 있다는 게 사측의 설명이다.

사측 관계자는 "일감이 없어 더는 버티기 어렵다. 앞으로도 수주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300~400명의 근로자에게 추가 휴업을 지시하는 것도 불가피하다"라며 "그동안 일거리가 없는 근로자에게 순환교육을 실시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했지만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정리해고 노사협의 도중에 갑자기 유급휴업 카드를 꺼낸 것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입장이다. 노조는 우선 사측 방침을 면밀히 검토한 뒤 대응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차 지회장은 "어떤 조건을 걸고 휴업을 통보하는지 사측 설명부터 듣는 게 먼저"라며 "휴업 때 상여금을 제외한 통상임금만 받기 때문에 조합원의 반발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1일 희망버스기획단은 서울 한진중공업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6, 27일 이틀간 부산에서 6차 희망버스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또 이날 김진숙 지도위원의 크레인 농성 300일을 맞아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 맞은편에서는 야간 문화제가 개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