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韓流·Korean Wave)는 이제 전 세계적으로 익숙한 용어가 됐다. 그렇다면 베트남의 한류 열풍은 어떨까.

한류는 2000년대 초 '겨울연가', '대장금' 등 드라마를 통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필자도 이를 통해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고 한국 유학으로 이어졌다. 당시 잊지 못한 풍경은 팬들이 한여름에도 '겨울연가' 남자 주인공 배용준이 착용했던 목도리를 사려고 줄지어 늘어섰던 것이었다. '완전한 사랑', '유리구두', '의가형제' 등 드라마에 나오는 한국 배우들이 착용했던 머리띠, 목걸이 같은 액세서리, 자전거, 화장법도 베트남 전역에서 유행했다.

베트남인들이 한류에 열광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문화적 동질성이다. 베트남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유교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한류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또 현대화, 도시화를 지향하는 과정에서 잊혀져가고 있는 가족과 이웃에 대한 사랑과 소중함을 한국 드라마 등을 통해 재확인할 수 있는 것도 한 이유이다. 화려한 볼거리와 과장된 감정을 극대화한 판타지를 중심으로 드라마를 만드는 중국과 달리 한국 드라마에는 인물들의 감정 표현이 솔직하게 드러난다는 점도 좋다는 평가가 많다.

최근에는 베트남에서 K-Pop(한국가요)으로 한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음악은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몇 분의 영상만으로 한 곡의 뮤직비디오를 담을 수 있어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K-Pop 뮤직비디오에는 아이돌 가수들의 세련된 복장, 넘치는 리듬감과 쉬운 단어가 반복되는 음악으로 호기심을 자극하고 수많은 사람을 춤추게 한다. 실제 베트남 젊은이들이 한국어를 몰라도 한국어 노래 가사의 내용과 가수의 표정까지 따라하며 열창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한류는 한국 문화를 담은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그것에 의해 문화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한국에 대한 호감도 높아진다.

그런데 현재 베트남에서 확산되고 있는 한류의 모습은 매우 안타깝다. 한류의 진정한 가치가 발휘되지 못하고 연예·오락물 위주로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한류는 한국의 대중문화뿐만 아니라 전통문화, 순수예술 그리고 경제나 생활방식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베트남에는 한국 노래를 잘 외우고 한국 배우와 가수를 잘 흉내내는 젊은이들이 많지만 한국의 역사와 전통문화 등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려는 사람은 별로 없다. 베트남 등의 경제 후발주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한국의 고급스러운 모습이 아니라 기적처럼 빠른 세월 동안 어려움을 극복하고 경제를 일으켰던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베트남 신부들이 한국의 생활과 풍습을 모른 채 드라마만 보고 코리아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온 것도 한류에 대한 착각 때문이다. 앞으로 베트남에서 한국 사람의 지혜와 성실함을 중심으로, 한류의 다양한 장르와 진정한 모습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우영옥(베트남) 부산대 국어교육과 대학원 석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