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전국을 대혼란에 빠뜨린 정전사태와 관련해 집단소송이 추진된다. 예고 없는 정전으로 피해를 본 시민은 소송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부산경실련은 정부와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집단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차진구 부산경실련 사무처장은 "이번 사상 초유의 정전사태는 수요 예측에 실패해 벌어진 관재다. 비상 매뉴얼조차 지켜지지 않았다"며 소송 배경을 설명했다.
부산경실련은 이에 따라 인터넷 홈페이지(www.we21.or.kr)와 전화(051-761-3951)를 통해 이날부터 피해사례 접수를 시작했다. 부산경실련은 앞으로 정부와 한전의 대응을 지켜보며 공익 차원의 집단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도 이날 국회 지식경제위 전체회의에서 "매뉴얼대로 조치했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손해를 배상하는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집단소송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민 피해사례도 쏟아졌다. 부산 북구 A횟집은 30만 원어치 전어를 몽땅 날렸다. 지난 15일 오후 7시에 예약손님이 있어 15㎏을 들여왔는데, 정전으로 수족관 산소 공급이 중단돼 전어가 모두 폐사했다. A횟집 업주는 "소송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배상을 받아야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부산 사하구 신평장림공단 내 H아이스크림제조업체는 이날 오후 3시55분께와 6시15분께 각각 30여 분씩 두 차례나 정전됐다. 이 때문에 아이스크림 900상자(상자당 40개)를 모두 폐기했다. 원료는 물론 완제품이 전부 녹아 600만 원가량 손해 봤다.
부산 사상구의 M고깃집 역시 정전 사태 하루 뒤인 16일에도 '충격파'가 이어졌다. 평소 금요일에 공급받던 쇠고기 주말 물량을 반으로 줄였다. 혹시나 또 전기가 끊겨 냉장고가 멈추면 쇠고기를 버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M고깃집 업주 이모(56) 씨는 "정전 피해에다 주말 장사까지 망쳐 너무 억울하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처럼 자영업자와 기업의 피해가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배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행 전기공급 약관상 한전의 책임이 인정돼도 배상액은 정전 발생시간 전기요금의 3배에 불과하다. 일반 가정(도시 4인 가구 기준)의 평균 요금으로 계산하면, 5시간 정전에도 배상액은 825원이 전부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를 방문해 김우겸 한전 부사장 등으로부터 대규모 순환 정전의 사유, 재발 가능성 등을 보고 받고 철저한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