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부산 영도다리 축제를 찾은 한 가족이 영도구민 행복기원 소망 메시지를 매달아 놓은 터널을 걸어가고 있다. 강덕철 기자 kangdc@kookje.co.kr

"친구들과 이 다리를 건너 태종대까지 걸어서 낚시를 다니곤 했었는데…."

4일 하천욱(71·영도구 동삼동) 씨는 '근대사를 통해 본 영도 특별전' 천막 부스 안에서 방영되고 있는 옛 사진영상을 보며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아코디언과 멜로디언 연주가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오는 가운데 피난 시절 영도다리 등을 흑백영상으로 본 하 씨는 옛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하 씨는 "여기서 오랜만에 흘러간 20대를 떠올렸다. 그때는 가난해도 이웃끼리 서로 챙기며 살았는데 요즘은 너무 각박해졌다"고 소감을 말했다.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부산 영도구 영선동 남항대교 수변공원 일원에서 '제 19회 영도다리 축제'가 열려 부산 시민의 아련한 추억을 되살려 줬다.

이번 축제의 주제가 '영도다리, 그 추억을 거닐다'였던 만큼 행사를 주관한 영도문화원은 영도의 옛 모습을 살리는데 주력했다.

현인의 인기 가요 '굳세어라 금순아'의 무대였던 영도를 기념하기 위해 '굳센 금순이' 선발대회가 3일 오후 6시30분에 수변공원 특설무대에서 개최됐다.

또 주민 스스로 영도의 역사를 상징하는 소재들을 스토리텔링해 보이는 주민참여형 퍼포먼스인 '영도역사 시민 퍼레이드'가 진행됐다. 3일 오후 5시 광복로 입구를 출발한 행렬은 옛 전차 종점과 영선아래로터리를 돌아 오후 7시께 수변공원에 도착했다. 갖가지 의상을 입은 퍼레이드 참가자들도 행사를 즐겼다. 40여년 만에 여고 교복을 입고 행진에 나선 김명신(여·63·영도구 신선동) 씨는 "다시 여고생이 된 것 같다"며 "친구들과 풀빵을 사먹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