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부산 금정구 장전동 부산대 정문 앞에서 부산대 김종현(오른쪽) 총학생회장과 이준호 부총학생회장이 총장 선출권 확보와 반값 등록금 실현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어 삭발식을 갖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약식명령 수용 1순위 후보 겨냥…대학 구성원들 동반사퇴 압력
- 벌금 100만원 잣대 적용 가능성

부산대 정윤식(56·통계학과) 교수가 법원의 약식명령을 받아들이기로 함에 따라 부산대 총장 선거로 촉발된 총장임용 후보 기소 사태는 선거를 다시 해야 하는 대학 사상 초유의 일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 교수는 지난달 31일 부산지법 형사9단독 김태규 판사에게서 검찰이 약식기소한 대로 벌금 400만 원을 선고 받았다. 선고한 지 하루 만에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하지 않고 이를 받아들이기로 함에 따라 정 교수의 형량은 8일께 벌금 400만 원으로 확정될 전망이다.

문제는 교육과학기술부 교육공무원 인사위원회가 벌금 400만 원의 형을 확정한 총장임용 후보에 대해 임용 제청을 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인사위원회 업무를 담당하는 교과부 고위 관계자는 "벌금 400만 원을 받은 총장임용 후보에 대해 인사위원들이 임용제청에 대해 찬성하겠느냐"며 "내부적으로 찬성 기준은 공직선거법을 준용해 벌금 100만 원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난 7월 강릉원주대 총장임용 후보자들이 논문 표절에 연루되자 인사위원들이 임용제청을 거부했다"며 "지성의 상징인 대학 총장에 대해 갈수록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하고 있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 교수 측은 어차피 법적으로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지 않으면 교수 신분을 유지할 수 있어 인사위원회의 판단을 받아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총장임용 후보 2순위인 박익민(57·재료공학부) 교수가 이날 법원의 약식명령이 떨어지자 후보직을 사퇴해 정 교수도 후보직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됐다. 벌써 학내에서는 이런 분위기가 일부 감지되고 있다.

부산대교수회 이병운 회장은 "박 교수의 사퇴는 대학 발전을 위한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고 평가했다.

의학전문대학원 정영인(정신과학교실) 교수는 "(박 교수는) 후보로 추천하기 전에 사퇴했어야 옳았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사퇴해서 학교의 명예를 지켰다"며 "어차피 교과부 인사위에서 통과되지 못할 것이 거의 확실하기 때문에 정 교수도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대승적 차원에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