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부산역 광장에서 윤택근(왼쪽에서 세 번째)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장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무기한 릴레이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 일부 반대운동 물밑 지원설도

3차 '희망버스'가 오는 30일 부산에 오기로 예고된 가운데 부산에서는 희망버스 지지·반대 여론이 극명히 나뉘어 갈등을 빚고 있다. 특히 희망버스 반대 여론을 부산시를 비롯한 각 구·군이 물밑에서 지원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같은 날 부산역 앞 외국인상가 입구에서 동구지역 상인 대표 30여 명이 오는 30일로 예정된 3차 희망버스의 부산 방문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동하 기자 kimdh@kookje.co.kr

부산지역 상인회와 단체들은 "한진중공업 사태는 노사가 해결할 일이지, 외부세력이 개입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3차 희망버스 반대 입장을 잇달아 발표했다. 18일 오후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역 맞은편 외국인상가거리에서는 초량시장 새마을동구지회를 비롯한 동구지역 15개 단체가 "지난 9일 개최된 2차 희망버스로 인해 부산역 일대 교통이 마비됐고 산더미 같은 쓰레기와 고성방가로 주민들이 피해를 입었다"며 "3차 희망버스 계획이 강행되면 전 구민이 나서서 저지할 것"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같은 날 영도구 절영상공인 연합회 회원 67명과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도 "한진중공업 사태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부산지부는 19일 오전 부산시청 분수대 앞에서 학부모 30명이 참석한 가운데 3차 희망버스 반대 집회를 연다고 이날 밝혔다.

지역 주민들의 희망버스 반대 입장과는 달리 노동계와 야당 등은 이날 오전 부산 동구 부산역 광장에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목표로 단식(본지 지난 16일 자 6면 보도)에 돌입했다. '희망의 단식'이라 이름 붙여진 이번 단식농성에는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관계자 등이 참가해 매일 50명씩 단식을 이어갈 예정이다.

그러나 희망버스를 반대하는 일부 단체들의 움직임을 부산시를 비롯한 각 구·군이 지원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A구청 직원은 "18일 부산시에서 간부회의를 연 뒤 각 구·군에 3차 희망버스의 부산행을 반대하는 행동을 주문했다. 구·군에서 직접 나서기 어려우니 상인회나 관변단체를 내세우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보수단체인 대한민국어버이연합 회원 200여 명은 이날 오후 한진중공업 사태와 '희망의 버스' 탄압에 항의하는 단식 농성단과 충돌을빚었다. 일부 어버이연합 회원들은 이날 오후 3시 서울 대한문 앞에서 '희망의 버스 폭력시위규탄 기자회견'을 열기 전 단식 농성단이 있는 천막을 잡아 흔들고 현수막을 떼어냈다. 이 과정에서 양측이 멱살을 잡는 등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