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FF의 열기에 힘입어 부산에서도 단편영화 제작이 활발해졌다. 영화 제작현실이 열악하기 그지 없는 부산에서도 영화제작소 `동녘'을 중심으로 좋은 성과를내고 있는 것. 또한 과거에는 생각하기도 어려웠던 해외영화제 진출도 조금씩이루어졌다. 올해 `레드헌트'가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됐고, 유상곤감독의 `길목'은 제12회 스위스 프리부룩영화제에서 단편영화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전수일감독의 3부작 `내안에 우는 바람'은 지난달 캐나다 몬트리올 영화제에 출품됐다.

제3회 PIFF에는 부산에서 제작된 단편영화 3편이 소개된다. `길목과 `옹이', `시인과 영화감독 ' 3편 모두 와이드앵글 부문에 초청돼 부산에서 활동중인 독립영화인들의 실력을 선보인다.

유상곤 감독의 `길목'(16mm, 컬러 18분)은 허름한 가게를 경영하는 `늙은 여자'와 한복집에서 재봉틀을 잡고 있는 `젊은 여자'의 일상을 시적인 운율에 담아냈다. 스토리 전개보다는 이미지의 형상화에 중심을 둔 작품. 지난해 `열린영화제'와 `인디포럼'에도 공식초청됐다.

지난 94년 경성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독립영화 창작작업을 계속하고 있는유상곤 감독은 프랑스 파리의 영화학교 ESEC와 CLCF에서 영화연출을 전공했다.

단편영화 `표류'가 제1회 PIFF의 와이드앵글 부문에 초청되기도 했다.

박찬형의 `옹이'는 제16회 부산단편영화제에서 우수상, 제23회 금관영화제에서장려상을 탄 작품. 두 할아버지의 일상 관찰기인 `옹이'는 일상의 섬뜩한 현실을 극적인 드라마를 배제하고 관찰자의 시선으로 세밀히 묘사했다. 기타치는할아버지와 좁은 토큰 판매소에서 도장을 파는 할아버지의 일상은 미끈한 원목나무에 박혀있는 `옹이'와 같다.

김태곤의 `시인과 영화감독'은 부산에서는 유일하게 운파상(상금 1천만원)이수여되는 다큐멘터리 경쟁부문에 출품됐다. 이 작품에는 카메라 2대가 동원된다. 영화감독을 지망하는 아들이 시인이자 버스기사, 방송통신고 학생인 아버지를 기록하고, 아버지를 화면에 담는 아들 뒤를 또 다른 카메라가 추적한다.

`시인과 영화감독'은 가치관이 다른 부자간의 애정이 소박하게 담겨있어 감동을 준다.

재미있는 한장면. 방송통신고 시험을 보고 나오는 아버지에게 아들이 "아버지,왜 커닝을 하세요"라고 묻자, "쓸데없는 참견하지 마라. 난 망했다"며 허탈한표정을 짓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부자간의 정이 소록소록 쏟아난다. /유창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