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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이 집어삼킨 근대사…매축지마을의 소멸

판자촌 거주 65세 이상 원주민들 ‘빈곤 난민’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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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근현대사를 오롯이 간직한 범일동 매축지마을, 일제강점기 바다를 매립한 곳에 형성된 동네입니다. 인구는 60대 이상 노인들이 대부분. 공동화장실과 판자촌이 즐비해 ‘빈곤의 섬’으로 불립니다. 매축지마을에 재개발 광풍이 불고 있습니다. 이미 아파트가 들어선 1지구와 8지구에 이어 통합3지구(6,7,9,10지구)도 재개발이 한창입니다. 마지막 남은 통합2지구(2,3,4,5지구)마저 아파트촌으로 변신하면 매축지마을 흔적은 완전히 사라집니다. 원주민들도 내쫒기고 있습니다. 80년 역사를 가진 매축지마을의 불안한 미래를 ‘뭐라노’가 담았습니다.
   
매축지마을 통합2지구 전경. 오찬영PD

고층 아파트와 판자촌이 뒤섞여 묘한 풍경을 만들어 내는 매축지마을. 시간이 멈춘 듯한 ‘과거’와 개발의 욕망이 공존합니다. 매축지는 1900년대 부산 앞바다를 매립한 약 150만㎡를 말합니다.

일제는 이곳에 부산항과 철도를 비롯한 대륙침탈 전진기지와 주택가를 건설합니다. 범일동 매축지마을의 면적은 약 11만3000㎡. 한국전쟁 피란민들이 주인 없는 이곳으로 밀려들면서 한때 6000가구에 이르는 판잣촌이 형성됩니다. 지적도에는 여전히 ‘바다’로 돼 있어 누구의 소유도 아닌 곳에 집을 짓고 산 겁니다.

1960년대 정부는 매축지마을에 지번을 부여합니다. 불하와 함께 세금을 걷기 위해서입니다. 부산의 주력산업이던 섬유공장 노동자들이 월세가 싼 이곳에 집단 거주하면서 매축지마을은 한때 3만 명이 거주하는 거대 주택가로 성장합니다.

[매축지마을 주민 인터뷰]“제 초등학교 시절에 신발공장들이 있으니까 조그만한 방이라도 있으면 무조건 세가 다 나갔고, 사람이 엄청 많이 살았어요. 저녁시간 되면 사람들이 밀려서 다닐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붐볐어요. 주민들이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그 당시에.”

하지만 1968년 부산의 대표 기업이던 조선방직이 폐업하자 매축지마을도 쇠퇴기에 접어듭니다.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떠납니다. 그리고 1990년대 매축지마을 일부가 포함된 좌천범일1재개발구역 아파트 공사가 시작됩니다. 상당수 원주민들이 쥐꼬리만한 보상을 받고 밀려납니다. 현재 매축지마을에는 약 980가구만 살고 있습니다.

[이범희 부산동구청 건축과 주무관] “1지구 두산위브범일뉴타운의 경우 2007년 6월에 준공되었고, 8지구 오션브릿지의 경우 2018년 6월에 준공 되었습니다. 좌천범일 통합 3지구의 경우에는 면적은 약 44200제곱미터 정도고, 건축계획 같은 경우 공동주택 2040세대, 오피스텔 345호로 구성된 엄청 큰 대단지로서 2023년 5월 준공 예정입니다. 통합2지구 같은 경우는 2018년 조합설립인가에 이후에 추진중에 있기 때문에 금방 진행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게 지어지고 나면 매축지마을 이전에 있던 흔적들은 전부 다 없어질 예정입니다.”

매축지마을 중 현재 개발되지 않은 곳은 통합2지구로 약 4만6000㎡ 면적입니다. 기존 매축지 마을 면적의 41%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재개발 아파트 입주민의 대부분은 외지인. 원주민들은 거의 없습니다. 원주민이 아파트 입주권을 받아 재정착한 비율은 10%가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강동진 경성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부산에 도시재개발되는 곳 모든곳이 그렇잖아요. 보통 불량주거지, 저소득층 공간은 (원주민 정착률이) 10% 내외죠. 일방적으로 희생되는 공간이고

부산시가 매축지마을이라고 하는 곳이 가지고 있는 아팠던 기억도 있고, 좋았던 기억도 있지만 그 공간을 다음 세대를 위한 교육의 현장으로 쓸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을 했어야 했는데 방치하고 있다가 재개발의 힘에 뭐 누가 잘못이라기 보다는 관심의 부족이었다고 볼 수 있고, 재개발에 희생된 공간으로 기록되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김일범 복지법인 우리마을 사무국장] “지금 매축지마을에 거주하시는 어르신들이 입주권을 받는다 하더라도 거기서 거주하기 힘든 상황이고요. 이 분들의 가장 큰 문제는 이곳이 재개발이 돼서 떠나야 한다면 마땅히 갈 곳이 없다라는 점. 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불안한 점들인 것 같습니다.”

한 동네인데 거주지에 따라 ‘마음의 장벽’도 세워졌습니다. 매축지마을 원주민들은 아파트 입주민을 공동체 구성원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자신들의 터전을 잠식한 외지인으로 생각합니다.

[매축지마을 주민 인터뷰] “63년 살았죠. 아파트 짓는다고 하니까 돈이 없는 사람들은 못 살고 있는 사람은 아파트 지으면 돈 내서 들어갈텐데 없는 사람은 팔고 이사가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우리도 나이가 이렇게 되니까 여기서 못 살잖아요. 여기서 살다가 아파트로 가려하니까 24평짜리가 3억5000만원이라고 하잖아요. 비싸서 이 동네 살기가 힘들어요. 우리는 벌어놓은 돈이 많이 없으니까 그래서 원주민들은 다 나가고, 외지인들이 들어오는거에요. 돈 있는 사람들이 살려고 오는거지 늙은 사람들은 많이 안살아요 이제 다 나가지.”


통합3지구 아파트가 준공하고 통합2지구가 착공하면 매축지마을은 완전히 사라집니다.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을 거쳐 근대화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이곳에 ‘재생’ 대신 ‘자본의 논리’가 몰아친 탓입니다. 


[매축지마을 주민 인터뷰] “밖에 나가서 어떤 점포를 얻어서 세를 내면서 가게를 운영한다는 게, 지금은 자가니까 제가 끌고 가지만 앞으로는 모르겠습니다. 현재로서는 뚜렷한 계획은 없어요. 많은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오찬영 기자 chxxyxxng@kookje.co.kr

   
매축지마을 주민. 오찬영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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