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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9월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 모습. 국제신문DB |
- 프랑스 아비뇽·칸, 英 에든버러
- 문화콘텐츠로 세계인 찾는 명소
- BTS 콘서트로 경제 파급력 확인
- 부산도 공연·미식 결합상품 수요
- 대형 갖춰야 월드 콘서트 유치
프랑스 칸과 아비뇽, 영국의 에든버러.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바로 성공한 문화콘텐츠 하나로 작은 도시가 전 세계인이 찾는 명소로 발돋움했다는 것이다. 잘 만든 문화콘텐츠는 지역 시민의 문화향유권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전 세계인을 도시로 끌어들이는 강력한 관광 자원이 된다.
세계 주요 도시마다 축제와 공연, 문화시설 등을 기반으로 한 문화콘텐츠를 발굴하고 키워 ‘그 도시를 찾아야 할 이유’로 만들고 있다. 부산 역시 꾸준히 도시의 강점을 살린 문화콘텐츠를 만들었고,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 축제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성공시켰다. 하지만 BIFF 외에는 뚜렷이 내세울 콘텐츠가 없는 것도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문화콘텐츠로 떠오른 ‘K-팝’이 부산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지난 6월 방탄소년단(BTS)의 공연을 계기로 전 세계인에게 ‘부산’이란 도시를 각인시켰고, K-팝을 기반으로 한 대형 문화콘텐츠가 지역에 미치는 강력한 영향력도 확인했다. 이제껏 부산이 가꾸고 다듬은 다양한 문화콘텐츠와 더불어 대형 문화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강력한 관광 콘텐츠 ‘문화’ |
| 2018년 부산시와 국립부산국악원이 선보인 상설 전통공연 ‘천생연분’. 국제신문DB |
프랑스 아비뇽은 인구 10만 명 규모의 작은 도시다. 평소에는 한적하지만 매년 7월이면 전 세계 관광객 40만 명으로 도시 전체가 북적인다. 세계적인 종합예술 축제 ‘아비뇽 페스티벌’을 보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관람객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인구 7만 명의 프랑스 도시 칸도 마찬가지다. 매년 5월 세계 3대 영화제의 하나인 ‘칸국제영화제’가 열리면 도시 전체가 이곳을 찾은 영화인과 여행객으로 들썩인다. 지난해 영화제 기간 칸을 찾은 이만 20만 명에 달한다.
공연장 자체가 관광 랜드마크가 되기도 한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라 스칼라 극장,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오스트리아 빈 국립오페라극장은 도시를 여행할 때 반드시 들러야 할 대표 명소로 꼽힌다. 2023년 문을 연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스피어’도 도시를 상징하는 랜드마크 중 하나다. 높이 112m, 지름 157m 규모의 거대한 구형 건축물로, 건물 안팎을 뒤덮은 LED 스크린을 활용해 미디어아트와 공연, 광고 등을 선보여 필수 관광 코스에 포함됐다.
라스베이거스의 ‘태양의 서커스’는 공연이 관광 상품이 된 ‘공연 관광’의 대표 사례다. 1993년부터 도시 내 여러 호텔에서 ‘태양의 서커스-미스테르’ 등 다양한 버전의 작품을 상설 공연으로 열어 많은 관광객을 도시로 끌어들였다.
이처럼 ‘문화’는 도시로 사람을 모으는 강력하고 부가가치가 큰 콘텐츠로 여겨진다. 하지만 부산은 BIFF를 제외하면 세계의 관광객을 끌어들일 문화콘텐츠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상설 공연이 여러 차례 등장했지만 뿌리내리지 못했다. 2014년 부산관광공사는 MBC삼주아트홀(현 MBC드림홀)을 마술 전용 극장으로 꾸미고 관광객을 겨냥한 상설 마술 공연을 선보였다. 이를 위해 마술사 최현우와 5년간 콘텐츠 공급 계약까지 맺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관광객의 마술 공연 수요가 크지 않았고, 비슷한 형식의 공연을 장기간 이어가는 데 한계가 있었다. 결국 1년 만에 다목적 공연장으로 운영 방향을 바꾸며 상설 공연은 흐지부지됐다.
2015년 선보인 상설 전통예술 공연 ‘왕비의 잔치’는 부산시와 국립부산국악원이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선보인 작품이다. 옛 해운대 그랜드호텔에 전용극장을 마련해 정기 공연을 진행했고, 2018년 후속작 ‘천생연분’으로 콘텐츠를 교체하며 명맥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 역시 부산 여행 중 즐길 만한 ‘볼거리’ 정도의 성과를 내는 데 그쳤다. 이후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상설 공연은 자취를 감춘 상태다.
■BTS로 확인한 ‘공연 관광’의 힘 |
| 지난 6월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BTS 월드 투어 아리랑 IN 부산’를 찾은 팬들이 이른 시간부터 공연을 기다리고 있다. 국제신문DB |
하지만 최근 K-팝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새로운 기회가 생길 조짐을 보인다.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보기 위해 국경을 넘는 팬들이 새로운 관광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12, 13일 이틀간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BTS 월드 투어 아리랑 IN 부산’ 공연이 대표적이다. 이틀간 공연을 관람한 국내외 관객만 11만 명에 달했고, 공연장 주변을 찾은 팬들까지 고려하면 실제 부산을 방문한 이는 이를 훨씬 웃돌았다.
BTS 콘서트의 파급력은 각종 수치로도 확인된다. 시에 따르면 올해 1~7월 부산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292만767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00만3466명)보다 46.1% 증가했다. 경제적 효과도 컸다. 1~7월 외국인 관광객의 부산 내 카드 결제액은 7423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4921억 원)보다 50.8% 증가한 규모로, 전국 17개 시·도 중 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공연장 주변에서의 효과가 더욱 뚜렷했다. 시에 따르면 BTS 공연 주간(6월 8~14일)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 반경 3㎞ 내 외국인 유동 인구는 73만 명으로, 직전 주보다 341.9% 증가했다. 공연장 주변 외국인 신용카드 매출도 5억4800만 원으로 집계돼 직전 주(2억5500만 원)보다 114.8% 늘었다.
■정부 K-팝 관광 육성…부산 공연 인프라 선점해야K-팝의 경제적 파급력을 확인한 정부는 이를 관광자원화하는 데 적극적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문화체육관광부 최휘영 장관과 JYP엔터테인먼트 박진영 대표 프로듀서를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대통령 직속 대중문화교류위원회(대중위)를 출범하고 내년 12월 초대형 K-팝 행사 ‘패노메논’을 개최하기로 했다.
서울에서 2주간 열리는 이 행사는 ‘한국판 코첼라’를 표방한다. 행사 기획과 운영은 하이브·SM엔터테인먼트·JYP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 등 4대 엔터테인먼트 기획사가 설립한 합작법인이 맡고, 정부는 관광·안전·출입국 등 행사 운영에 필요한 기반을 지원한다.
축제는 서울아레나(내년 5월 완공 예정)에서 열리는 K-팝 콘서트와 팬덤 대상 시상식, 경기도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진행되는 공연·전시·체험 행사 등으로 구성된다. 이와 연계해 이듬해 5월부터 미국을 비롯해 세계 주요 도시 순회공연도 추진한다. 대중위는 패노메논에 약 52만 명이 방문하고 1조 원 이상의 경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의 이런 기조는 부산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부산은 이미 다양한 국제 행사와 BTS 콘서트 등 대형 공연을 성공리에 치러낸 경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형 공연을 안정적으로 유치할 수 있는 인프라 확보가 시급하다. 부산에는 아직 K-팝 공연을 위한 전용 공연장도, 많은 인원을 수용할 대형 공연장도 없다. BTS 콘서트를 유치했을 당시 아시아드 주경기장을 활용했지만 시설 노후화와 접근성 문제 등의 한계를 노출하기도 했다.
특히 부산에 대형 공연장이 갖춰진다면 패노메논과 같은 초대형 행사를 서울과 부산에서 연계 개최하는 방안도 기대할 수 있다. 내년 9월 하이엔드 클래식 문화시설 부산오페라하우스도 문을 열기에 클래식과 대중문화를 아우르는 ‘투트랙 유치 전략’도 노려볼 만하다. 이미 가능성은 나타나고 있다. 시와 부산관광공사는 지난 7, 8월 부산콘서트홀의 공연과 미식·숙박을 결합한 관광 상품 ‘부산 클래식 리추얼’을 선보였는데 2회차 모두 매진될 정도로 수요가 높았다.
동명대 김재석 글로벌관광학과 교수는 “BTS 콘서트에서 알 수 있듯 문화콘텐츠는 관광 자원으로서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며 “공연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구축한다면 평소에는 시민을 위한 문화 공간으로 활용하고, 세계적인 콘서트를 유치할 때는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거점으로 활용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공동기획=국제신문, BNK 부산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