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韓, 이공계 기피, 의·법학 쏠림
- 첨단분야 인재 유입 축소 심화”
- 中, 국가지원 통해 美견제 회피
- 범부처 성격 컨트롤 타워 필요

한국 정부가 인공지능(AI) 3대 강국을 표방하지만 한국은 교육과 입시 제도, 대학과 산업계 간 연계성 부족 때문에 AI 모델 개발을 위한 인재가 구조적으로 부족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 정부는 AI 3대 강국을 지향하며 ‘AI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인재 양성 시스템이 체계적이지 못하고 교육 과정이 AI 시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사진은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경기 성남시 인공지능안전연구소를 방문한 모습.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입시·교육, 인재 양성 못해

국회미래연구원은 최근 ‘AI 패권 시대 인재전략: 중국의 AI 산업생태계 구축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내고 한국은 진로 탐색 단계에서부터 이공계 진입 기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23일 밝혔다. 이 보고서는 중국이 미국의 견제에도 인재 양성과 체계적인 국가 지원을 통해 AI 모델 개발에서 미국을 앞섰거나 미국을 맹추격 중이라고 전제했다.

반면 한국은 고교에서 수학 및 과학 과목 기피, 대학 입시 때 의·법학 계열 쏠림이 심화돼 첨단 분야로의 인재 유입이 지속적으로 축소됐다는 게 보고서 진단이다. 이공계 분야의 대학 진학 이후에도 보상 체계가 미흡해 우수 학생이 과학기술 분야를 선택할 유인이 약화돼 ‘AI 인재 파이프라인’ 기반이 협소하다는 분석이다.

한국 입시는 정량평가 중심이어서 도전적 사고와 창의성, 협업 역량을 반영하는 장치가 부재하고 학생 선발 이후에도 학문적 다양성과 연구주제 선택 등 자율성이 충분히 보장되지 못해 ‘문제풀이형 인재’가 재생산되는 구조가 반복됐다는 것이다. 대학과 기업 간 산학협력은 형식적 수준에 머물며 대학 교육이 실제 현장 역량과 괴리됐다는 평가다.

현재 진행되는 대학과 기업체 간 계약학과 제도 역시 낮은 지속성과 학생·기업 간 기대 불일치로 등록 포기율과 중도탈락률이 증가하는 추세다. 경직된 기업 문화와 제한적 진로 선택을 주된 원인으로 본다. 기업의 고급 연구인력과 기술자에 대한 보상 및 경력개발 체계 역시 미흡해 장기적 성과 축적이 필요한 AI 연구개발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생애주기·산업 구조 통합 설계”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AI 인재전략은 양적 확대 중심의 공급정책에서 벗어나 인재의 생애주기 전 과정과 산업 가치사슬의 구조를 통합적으로 설계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재 생애주기(탐색·교육·취업·경력·재교육)와 AI 가치사슬(기획·설계·개발·검증·활용)을 교차 연결해 단계 간 연계성을 복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 차원에서 수학 통계 프로그래밍 등 기초과목을 중심으로 AI 문해력과 디지털 리터러시를 중등교육에 내재화해야 한다. 교육·산업계와 협력해 표준화된 교재, 교사 연수, 커리큘럼을 개발하며 전 학생이 일정 수준의 AI 기초역량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예를 들어 중학교에서는 데이터 이해, 알고리즘적 사고를 배우고 고등학교에서는 기계학습(머신러닝) 기초, 데이터 분석, 문제 해결 프로젝트 수행 능력 등을 교육 성취기준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계는 실무 데이터를 활용한 학습과제를 제공하고 학계는 이를 정규 교육과정과 연계해 지속적 학습 경로로 제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특정 대학 쏠림 현상을 막고 AI 인재 육성을 확산하기 위해 보고서는 “권역 단위 대학 연합 교육 플랫폼 구축으로 AI 인재 저변을 확충해 대학 간 교과목·학점 상호 인정, 공동 실험실·실습거점 공유 통한 연합형 교육체계 구축해야 한다”며 “이렇게 되면 특정 대학에 편중되지 않고 지역 간 균형 있는 AI 인재 양성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대통령 직속 범부처 컨트롤 타워를 설치해 정부 내 비효율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AI 인재정책은 교육 산업 노동 연구개발(R&D)을 포괄하는 초부처적 성격을 지닌다. 대통령 직속 ‘AI 인재정책위원회(가칭)’를 신설해 부처 간 기능을 통합·조정하고 전략적 우선순위를 결정할 수 있는 리더십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AI 인재정책위원회는 기획, 조정, 예산 연계, 성과평가 권한을 보유한 실행형 거버넌스로 설계해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부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간 역할 중복을 제거하고 공동사업 기획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 한국 AI 인재전략 재구조화 전략과제 제안 단계 주요 도전과제 주요 전략과제 진로탐색 이공계 진입 기피 학년별 AI 교육 성취기준 확립 등 입시·선발 프론티어 AI  인재양성 모델  미흡 AI 특화 선발 트랙  도입 등 역량형성 대학 교육체계  경직성 등 대학 자율성 확대, 권역 단위 연합 플랫폼 구축 등 역량고도화 연구 자율성  제약 등 연구과제 수행 방식의 유연화 등 공통 인재정책의  산업·기술정책  연계성 약화 AI 인재정책  거버넌스 혁신 ※자료: 국회미래연구원

◇ 국가별 글로벌 100대 AI 기업 현황 국가명 개수 국가명 개수 미국 59 캐나다 5 중국 10 네덜란드 2 영국 7 룩셈부르크 2 프랑스 5 한국 0 ※자료: 국회도서관 지난해 기준, 이스라엘 독일 등 10개국 각 1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