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청 中企 위주 산업구조
- 신규투자·사업 확장 실종
- “대기업 유치가 유일 대안”

최근 5년간 코스피·코스닥·코넥스에 신규 상장한 부산기업은 9곳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신규 투자를 꺼리고, 현상 유지에만 몰두한 부산 산업 구조적 문제 때문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부산 산업의 ‘메기’ 역할을 할 대형 민간 기업 유치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국제신문이 기업공시채널 KIND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1~2025년(9월 19일 기준) 부산의 상장사는 단 9곳이다. 이 기간 상장한 전체 기업(외국법인 제외)이 577개인 점을 고려하면 부산 비중은 1.5%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해마다 줄어 2021년 2곳, 2022년 3곳, 2023년 2곳이던 상장사는 지난해 1곳(이닉스), 올해 1곳(바이오포트)에 불과했다. 반면 서울 273곳, 경기 164곳, 인천 18곳 등으로 수도권이 78.8%를 기록, 쏠림 현상이 심각했다.

전체 상장사 중 최근 5년간 신규 상장사의 비율을 봤더니 부산의 정체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부산 전체 상장사는 82곳인데, 최근 5년간 신규 상장한 기업 비율은 11.0%에 불과하다. 반면 대전은 66곳 중 21곳이 최근 5년 내 상장했다. 비율로는 31.8%로 기업이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으로 신규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대전 외 서울(24.9%) 울산(22.6%) 충북(21.6%) 경기(20.2%) 지역이 20%를 넘겼다.

부산기업의 신규 상장이 적은 이유는 지역 산업의 구조와 깊은 관계가 있다. 부산의 제조업은 주로 하청 중소기업으로, 원청과 거래만 유지되면 생존에 큰 문제가 없다. 굳이 상장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고, 사업 확장에 나서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실제 2023년 12월 부산상공회의소가 지역 매출액 상위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93.6%가 상장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 불필요’가 67.1%로 가장 많았는데, 이는 신규 투자로 신산업 진출 등을 추진하는 기업이 적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상장 기피 현상은 부산 산업 생태계의 잠재력을 줄어들게 만드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기업이 신규 투자와 사업 다각화 등 외연 확장에 관심이 없다 보니 산업 생태계의 활력이 줄고 새로운 일자리도 생기지 않는다. 여기에 YK스틸 HD현대마린솔루션 인터지스 에어부산 등 각 분야 핵심 앵커 기업이 본사를 이전하거나 본사 기능을 옮기는 점은 부산 산업을 더욱 쪼그라들게 한다.

이에 대해 상공계 관계자는 “공기업 이전보다 중요한 건 선도기업 역할을 할 대형 민간기업을 유치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산업 생태계를 흔들어야 변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