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 주권까지 잃을 가능성 제기
- 한수원, 웨스팅하우스 합의 논란
- 두산에너빌리티 4거래일째 하락

체코 원전 건설 최종 수주를 앞두고 이뤄진 한국수력원자력과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맺은 협정 내용(국제신문 지난 19일 자 10면 보도)이 알려지자 원전주의 하락세가 이어진다. 전문가는 로열티 지급을 넘어서 한국 원전의 기술 주권 상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코스피가 2% 이상 하락하며 3080선대에서 거래를 시작한 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스크린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장중 한때 3100선이 무너졌다가 전 거래일 대비 21.47포인트(0.68%) 하락한 3130.09포인트에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원전 대장주인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전장 대비 2100원(3.53%) 하락한 5만7400원에 장을 마쳤다. 전날 5600원(11.62%) 하락한 데 이어 4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한때 5만1100원까지 떨어지면서 낙폭이 커지기도 했지만, 장 막판 낙폭을 줄였다. 현대건설도 5만8800원으로 전장 대비 4.39% 하락했고, 한전기술과 한전산업도 각각 3.65%, 4.53% 떨어졌다.

원전 대장주의 하락은 전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전체 회의에서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의 협정서에 대한 집중포화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협정은 지난 1월 26조 원 규모의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최종 수주를 앞두고 이뤄졌다. 협정문에는 향후 50년간 원전 1기를 수출할 때마다 9000억 원 규모의 웨스팅하우스 기자재를 구매하고, 2400억 원의 로열티를 지급하기로 한 내용이 담겼다고 알려졌다. 또 독자 개발한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수출할 때도 기술 검증을 받도록 하고, 북미 유럽 일본 등에선 신규 원전을 수주할 수 없게 한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계약 조건상 한국이 수주액의 상당 부분을 웨스팅하우스에 지급해야 하기에 실제 순이익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이지만 한국 원전의 미국 시장 진출 기대감이 컸던 상황에서 업종 투자 센티먼트 악화는 불가피하다”며 “로열티 지불을 넘어서 한국 원전의 기술 주권 상실로 이어져 중장기적으로 수출 가능성을 제약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짚었다.

공개된 기자재 구매 비용과 로열티를 고려하면, 체코 원전 사업비 13조 원 중 1기당 약 10%에 달하는 비용이 웨스팅하우스로 흘러간다. 황 연구원은 “웨스팅하우스는 이번 합의를 통해 ▷로열티 및 검증 절차라는 강제적 권력 ▷타깃 시장 배분 합의를 통한 제도적 권력 ▷핵심 설비 공급망 장악이라는 구조적 권력 ▷APR1400은 독자 기술이 아니라는 프레임을 통한 생산적 권력을 동시에 행사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체코 원전 수주라는 성과는 얻었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국 원전 산업의 자율성과 시장 다변화 가능성은 작아졌다”며 “기대하던 중장기 미국 수출 스토리에도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