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재고량이 부족해 산지 쌀값이 오르는 추세를 보이자 정부가 공매가 아닌 대여 방식을 통해 가격 안정에 나선다. 이 같은 제도가 시행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장에 진열된 쌀.

11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달 말까지 정부가 비축하고 있는 양곡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물량은 정곡(도정한 쌀) 3만 ｔ이다. 그동안 농식품부는 비축 물량을 공매를 거쳐 방출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산지유통업체들의 경영난 등을 고려, 정부가 보유한 2024년산 구곡을 빌려준 뒤 나중에 2025년산 신곡을 돌려받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는 2025년산 쌀 3만 ｔ을 미리 소비하는 효과가 있어 향후 수급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농식품부는 내다본다.

양곡이 공급되는 곳은 정부 벼 매입 자금 지원 대상(2024년)인 산지유통업체와 연간 매입 물량이 조곡(벼 알곡) 기준 3000ｔ 이상인 임도정업체다. 대여를 바라는 업체는 농협경제지주 홈페이지(www.nhabgroup.com, http://rice.nonghyup.com)를 통해 오는 14일까지 희망 물량을 제출하면 된다. 농식품부는 개별 업체의 전년도 쌀 판매량 비중을 살핀 뒤 물량을 배정할 계획이다. 양곡 인수 시기는 이달 29일까지다. 반납 물량은 올해 7월 평균 산지 쌀값, 2025년산 수확기 쌀값, 도정수율 등을 따진 뒤 추후 결정된다.

농식품부는 대여된 쌀이 부당한 용도로 사용되는 것을 막고자 벼로 재판매하는 것을 제한한다. 또 9월 말까지 판매를 끝내도록 했다. 이후 농식품부는 이 같은 규정 준수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신곡과 구곡이 혼합돼 유통되는지도 점검한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 5일을 기준으로 할 때 산지 쌀값은 80㎏ 한 가마당 평균 21만1600원으로 집계됐다. 7월 25일(20만9312원)보다 1.1% 올랐다. 또 2023년 10월 5일(21만7552원) 이후 22개월 만에 21만 원을 넘어섰다. 산지 쌀값이 오른 것은 재고량 부족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쌀 재고량은 37만5000t으로 4월 말(71만2000t)에 비해 47.3% 줄었다. 이런 이유로 미곡종합처리장(RPC) 등 산지 유통업체의 물량 확보 경쟁이 거세지면서 쌀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변상문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정부는 농업인과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도록 쌀값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