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올해 90% 수준까지 올라갔지만 앞으로는 수년 안에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주택 마련보다 금융자산을 선호하는 고령층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연합뉴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런 내용이 담긴 ‘인구구조 변화가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5일 발표했다. 보고서는 김미루 KDI 연구위원이 작성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0.3%로 집계됐다. 이는 스위스(125.8%) 호주(112.0%) 캐나다(100.4%) 네덜란드(91.9%)에 이어 세계 5위 수준에 해당한다.

김 연구위원은 이 같은 가계부채 비율 상승이 기대수명 증가와 연령대별 인구 구성 변화와 같은 구조적인 요인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노후를 대비하려는 중·고령층은 금융자산을 선호하는 반면 주택 마련이 시급한 청년층은 주택 자산 수요가 높은데, 이 과정에서 고령층이 자금을 공급하고 청년층이 이를 차입해 주택을 취득하면서 가계부채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실제 김 위원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럽연합(EU) 가입국 등 35개국을 분석한 결과 기대수명이 1세 늘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4.6%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청년층이 포함된 25~44세 인구 비중이 1%포인트 하락하고 65세 이상 고령층 비중이 1%포인트 늘면 가계부채 비율은 1.8%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를 토대로 김 위원은 “2003년부터 2023년까지 20년간 우리나라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상승 폭은 33.8%포인트였는데, 이 중 28.6%포인트는 기대수명 증가에 의해, 4.0%포인트는 연령대별 인구구성 변화에 의해 설명된다”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향후 기대 수명 증가세 둔화와 고령화 현상 심화를 고려하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수년 내 정점을 찍고 하락 국면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2070년에는 고령화로 인한 하락 효과가 기대수명 증가의 상승 효과를 압도하면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현재보다 27.6%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김 위원은 “가계부채 비율은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저축과 차입 행태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며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의 예외 조항을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등 가계부채 관리 방식을 기존 ‘총량’ 규제에서 차주의 상환 능력을 중심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