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예고한 대한국 상호관세(25%) 부과일(8월 1일)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한미 양국이 미국에서 유럽을 오가는 ‘출장 협상’까지 벌이며 타결을 적극 시도하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구윤철(가운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오는 31일(현지시간)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과 ‘관세 협상’을 하기 위해 29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통상 당국에 따르면 양국 정부는 8월 1일 이전 관세 협상 타결을 목표로 장관급 연쇄 협상을 진행 중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스코틀랜드 방문 일정에 맞춰 유럽까지 찾아가 협상 카운터파트인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남을 추진했다.

특히 김 장관과 여 본부장은 29일(현지시간) 추가 협상을 위해 유럽에서 미 워싱턴DC로 이동했다. 이는 러트닉 장관 동선에 맞춘 것이다.

양국 산업장관은 29일 워싱턴DC에서 다시 만나 한국 측의 진전된 수정 제안을 바탕으로 협상 타결을 도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김 장관은 지난 23일 출국 이후 러트닉 장관과 4번째 협상에 나서게 된다.

오는 31일에는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역시 워싱턴DC에서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과 통상 협의를 갖는다. 이를 위해 구 부총리는 한국시간으로 29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그는 출국 직전 기자들과 만나 “국익을 중심으로 한미 간 서로 상생할 수 있는 협상안이 마련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현 외무부 장관도 방미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면담할 예정이다.

한국은 8월 1일부터 부과 예정인 25%의 상호관세를 면제받아 0%로 만들고, 현재 자동차(25%)와 철강·알루미늄(50%)에 부과되는 품목관세를 면제받는 것을 ‘베스트 시나리오’로 상정해 협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한국의 ‘희망 사항’은 현실화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한국에 앞서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상호관세를 각각 10%포인트와 15%포인트씩 낮춰 15%로 맞추고, 자동차 관세를 15%로 조정하는 선에서 협상을 마무리했는데, 이를 보면 한국이 현실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일본·EU 수준인 ‘상호관세 15%·자동차 관세 15%’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철강·알루미늄의 경우 일본과 EU가 모두 50%의 품목관세를 깎지 못해 한국 역시 이를 낮추는 것이 쉽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EU가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일정 수준까지 50% 관세를 면해주는 쿼터제 도입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 역시 ‘철강 쿼터’ 적용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있다.

전문가들은 한미 양국 간 최종 협상 과정에서 국내 반발이 큰 쌀과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등 농산물 시장 개방을 어느 선에서 막아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디지털·자동차 등 분야에서 한국이 미국에 얼마나 시장을 개방할지도 관건으로 꼽힌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전체적으로 한미가 균형을 이루는 선에서 합의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결국 협상 막판에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살 수 있는 카드를 제시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일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