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직장인들의 정년 연장을 위한 여론수렴에 들어간 가운데 중장년 재직자와 미취험 청년들 간의 인식차가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65세로 법정 정년연장 시 청년층 신규채용에 미칠 영향 설문에서 미취업 청년 응답 분포. 경총 제공

65세로 법정 정년연장했을 때 청년층 신규채용에 미칠 영향에 관한 설문 조사에서 중장년 재직자의 응답 분포. 경총 제공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최근 미취업 청년(500명, 20~34세)과 중장년 재직자(500명, 45~59세)를 대상으로 정년연장 및 근로 가치관에 대한 세대별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65세로 법정 정년을 연장하면 미취업 청년들은 대체로 청년층 신규 채용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중장년 재직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고 23일 밝혔다.

정년이 65세로 연장되면 청년층 신규 채용에 미칠 영향에 대해 미취업 청년 61.2%는 ‘감소할 것’이라는 응답한 반면 중장년 재직자 50.6%는 ‘영향 없음’이라고 답했다. 미취업 청년은 법정 정년연장을 자신들의 고용 기회와 연관되는 문제로 인식하는 반면 중장년 재직자는 법정 정년연장과 청년 신규채용은 무관하다는 시각을 보인다는 게 경총 분석이다.

65세로 정년이 연장되면 조직 내 고령자 비율이 높아져 업무·작업 효율이 감소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에 대해 미취업 청년 59.0%는 ‘동의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중장년 재직자 62.6%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현재 법정 정년(60세) 이후 고령자 계속 고용을 보장하기 위한 가장 적절한 방식에 대해 미취업 청년은 ‘기업 여건에 맞게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응답(36.8%)했지만 중장년 재직자는 ‘정년연장(46.8%)’을 가장 많이 선호했다.

미취업 청년은 일률적이고 의무적인 고령자 계속고용 방식으로 기업의 부담이 가중되어 청년층 신규 채용이 위축되지 않기를 바라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노동시장 내에 진입해 있는 중장년 재직자는 고용 안정성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는 정년 연장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경총 임영태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정년 이후 고령자 계속고용은 일할 기회의 배분, 임금체계의 공정성 같은 청년과 중장년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어, 이를 합리적으로 조율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며 “고령자의 노후 안정을 위해 청년의 기회를 희생시키는 제도가 되지 않도록 ‘퇴직 후 재고용’ 같이 세대가 함께할 수 있는 일자리 정책이 적극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22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을 방문한 자리에서 정년 연장에 대해 “여론조사를 해봐도 의외로 비교적 젊은 층에서 정년 연장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는 사회적 변화를 느낀다”며 “어떻게 보다 폭넓은 사회적 공감의 틀 속에서 적절한 수준으로 제도화할 것인가 하는 고민의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