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무역의 대미·대중국 의존도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에 따라 정부가 통상 정책 등을 시행해 무역을 다변화하고 관련 제도를 내실화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정성훈 공급망연구팀장이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2010년대 이후 무역구조 변화와 경제안보에 대한 함의’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일 이런 내용이 담긴 ‘2010년대 이후 무역구조 변화와 경제안보에 대한 함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KDI는 “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보호무역주의와 관세 정책은 글로벌 무역 환경의 불확실성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특히 무역 의존도가 큰 우리 경제에 중대한 위협으로 다가온다”고 진단했다.

KDI가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요 6개국의 무역집중도(2024년 기준) 추이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일본·중국·네덜란드·프랑스·독일보다 높았다. 우리나라의 무역집중도가 가장 높은 셈이다.

구체적으로 한국은 2010년대 이후 제조업 전반에서 대중국 순수입이 증가하고 자동차·반도체 등 소수 품목 주도의 대미국 수출이 확대되면서 수출은 미국, 수입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했다.

이는 중국 미국의 자국 중심 정책과 통상분쟁 영향 탓이다. 중국은 2020년부터 쌍순환 전략으로 수입 중간재는 내재화하고 수출 점유율은 확대하려 했고, 2022년부터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를 시행했다.

2018년 미·중 무역전쟁 이후 양국 간 관세 부과가 한국의 대중 수출을 감소시키고 대미 수출을 증가시키기도 했다. 미국 정부가 2022년 반도체 지원법(CHIPS Act)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하면서 국내 기업의 미국 내 생산시설 투자가 확대됐고 이에 반도체와 기계류 등 관련 품목의 대미 수출도 증가했다.

KDI는 “이런 무역의존도 심화는 우리 산업과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양국(미국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 증가와 교역 품목 집중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무역 다변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KDI는 “2021년 이후 뚜렷한 진전이 없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의 가입 추진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CPTPP는 관세 철폐와 경제 통합을 목표로 일본·캐나다·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12개국이 구성한 경제 동맹체를 말한다.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던 기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미국이 빠진 이후 CPTPP로 변경됐다.

보고서를 작성한 정성훈 KDI 선임연구위원은 “CPTPP는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12개 회원국 간 높은 수준의 개방을 표방하고 있어 미·중 무역의존도 완화와 공급망 안정화에 효과적일 수 있다”며 “관세 철폐를 넘어 디지털, 지식재산, 환경, 노동 등 무역 전반의 영역을 아우르는 ‘골드 스탠다드’급 협정으로 평가되고 있어 향후 우리의 무역정책 방향성을 설정하는 핵심 기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