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T 양자 라이다 밀항 등 예방
- KT ‘암호통신’ 실증 사례 선봬

양자 역학 원리를 이용한 양자 기술이 부산에서 적용에 들어간다. 과학 분야에서 주로 논의되던 기술이 실질적인 산업화 영역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양자 기술 분야는 크게 ▷양자컴퓨팅 ▷양자통신 ▷양자센싱으로 나뉜다. 양자 기술은 세계 최대 ICT 전시회인 미국 ‘CES 2025’에서 인공지능(AI) 이후 각광 받을 기술 트렌드로 꼽기도 했다. 부산 지역에서 양자 기술 도입과 연구는 전국 다른 지역에 뒤지지 않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지난 24~26일 열린 퀀텀 코리아 2025에 참가한 한국퀀텀컴퓨팅(KQC) 부스 모습. 한국퀀텀컴퓨팅 제공

■부산도시철도에 적용

무엇보다 부산에서 도시 철도의 교통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양자컴퓨팅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적용될 전망이다. 양자컴퓨팅 개발 업체인 한국퀀텀컴퓨팅(KQC)은 국가 R&D 프로그램 일환으로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양자컴퓨팅 기반 양자이득 도전연구’ 사업인 ‘양자컴퓨터를 이용한 부산 도시철도 배차 최적화 연구’ 프로젝트에 최종 선정됐다고 29일 밝혔다. 이 과제는 양자컴퓨터를 활용해 대중교통 운영의 효율성을 연구하는 국내 최초 사례다.

부산 도시철도 운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배차 간격과 운영 효율성을 도출하는 게 목표다. 혼잡 시간대 수요 분산, 에너지 절감, 인력 운영의 효율화 등 복잡한 변수 간 상호작용을 고도화된 양자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기존 컴퓨팅보다 훨씬 정밀한 최적화 모델을 올해 말까지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부산교통공사는 경영 전반에 양자컴퓨팅을 도입해 교통 운영의 복잡한 변수를 동시에 계산하고 예측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향후 재난상황 고려, 주요 시설물 유지·관리 체계에도 양자 기술을 접목한다는 방침이다. 부산교통공사 이병진 사장은 “도시철도 배차 최적화는 물론, 시설물 관리 및 사고 예방 분야까지 가능성을 확대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KQC 권지훈 회장은 “도시 운영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높이고 양자기술의 산업 응용 가능성을 넓혀가겠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기술 개발·실증 이어져

KQC는 2021년부터 ‘IBM 퀀텀(Quantum) 네트워크’ 일원으로 IBM 퀀텀 시스템에 대한 클라우드 액세스 제공, 양자 컴퓨팅 알고리즘과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부산에서는 해운대구 벡스코 인근 옛 세가사미 부지에 ‘양자컴퓨팅 글로벌 콤플렉스’ 건립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은 현재 건축비 조달 문제로 지지부진한 상태이지만 KQC는 오는 2028년 완공이 목표라고 강조한다. 이 사업은 ‘IBM 퀀텀 시스템 투(TWO) 또는 쓰리(THREE)’를 도입해 양자컴퓨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게 목표다.

한국IBM은 지난 24~26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퀀텀 코리아 2025’에서 일본 이화학연구소의 ‘IBM 퀀텀 시스템 투’가 지난 24일부터 가동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미국 외 지역에서는 최초 사례다. 시스템 투는 모듈형 양자 컴퓨터로서 최대 9개 프로세서를 연결할 수 있어 확장성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IBM의 최신 156 큐비트 양자 프로세서인 ‘IBM 퀀텀 헤론’이 탑재됐다. 헤론의 이전 세대는 127 큐비트 ‘IBM 퀀텀 이글’이다. 연세대 인천 송도캠퍼스에 설치된 IBM 양자컴퓨터는 ‘IBM 퀀텀 시스템 원(ONE)’이다.

양자컴퓨터는 0과 1로 구성되는 일반 컴퓨터의 2진법 대신 0과 1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양자비트(Qubit, 큐비트·퀀텀+비트)’로 구성된다. 양자컴퓨터는 이 원리를 이용해 연산 효율을 획기적으로 올린다. 하지만 현재의 양자 컴퓨터는 오류가 한 번 나면 오차 역시 커지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양자 컴퓨터 오류를 대폭 줄이는 ‘양자 내성’을 개발 중이다.

부산시는 이번 퀀텀 코리아 2025에서 부산양자기술공동관을 운영했다. 이 공동관은 부산시 부산정보산업진흥원 부산대 팜캐드(PharmCADD)로 구성됐다. 공동관에서는 부산항 선석 운영 최적화를 위한 양자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물류 최적화의 양자 이득) 등 5개 사업을 소개했다.

부산에서는 양자 센싱과 관련해 항만 감시에 활용 중이다. 부산항 감천항 제2부두에 입항한 다국적 선원들의 밀항이나 침입을 방지하기 위해 장거리 관제용 ‘양자 라이다’는 SK텔레콤 기술이다. 라이다(LiDAR, light detection and ranging)는 레이저를 쏴 도달하는 시간차를 활용해 사물을 감지한다. 이 라이다에 양자센싱 기술을 접목해 짙은 안개나 강우에도 최대 300ｍ의 장거리 및 최대 8객체까지 다중으로 탐지한다.

KT는 일본 도시바와 협력해 ‘퀀텀 코리아 2025’에서 부산~서울 등 다른 기종 간의 양자암호통신 실증 사례를 선보였다. 해킹을 막는 기술이다. 부산의 KT 센터에서 서울의 KT R&D 센터를 연결한 장거리 통신으로 국내에서는 최장이다. 부산을 비롯한 동남권에서는 물류·교통, 의료·바이오, 방위산업에서 양자 기술이 도입되면 시너지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정부는 지난 26일 국가연구개발사업 총괄위원회를 열어 1000 큐비트급 양자컴퓨터 개발 등 양자기술 분야별 도전 과제에 8년간 6454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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