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상공회의소 전경. 국제신문DB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3중고’에 부산지역 주요 기업의 고충이 갈수록 심해진다. 특히 일부 기업은 단기 유동성 위험에 노출되기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 여파로 향후 우리 경제 불확실성이 더 커지면서 위기감도 확산된다.

부산상공회의소는 지역 상장사와 매출 500억 원 이상 제조·서비스·건설업 등 464개 사(응답 151개 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비상 경영 현황’을 14일 발표했다.

부산상의 조사 결과 3중고로 인한 비용 부담 증가와 경기 침체에 따른 유동성 위기 탓에 대상 기업의 84.9%가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기업 경영을 어렵게 하는 요인(중복 응답)은 고물가(89.3%) 고금리(87.3%) 고환율(78.0%) 순으로 꼽혔다. 고환율을 고른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수출 기업에는 환차익 발생 등 긍정적인 측면도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특히 응답 기업의 41.4%는 ‘비상 경영이 필요하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비상 경영 대책을 검토 중이거나 이미 시행하는 기업이 전체의 39%에 달했다. 여기에 조사 기업의 15.2%는 ‘단기 유동성 확보에 애로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들의 비상 경영 대응 전략은 ▷유동성 확보(30.4%) ▷비용 절감(27.0%) ▷생산량 조정(16.9%) ▷투자 축소(14.2%) ▷고용 조정(11.5%) 순으로 확인됐다. 지역에서 비교적 규모가 큰 기업을 상대로 조사했는데도 경영 여건이 매우 좋지 않다는 의미다.

세부적으로 유동성 확보를 위해 기업의 55.6%가 대출 만기 연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영안정자금 대출(24.4%), 자산 매각(13.3%) 등의 방법도 언급됐다. 비용을 줄일 방안으로는 경비 절감이 82.5%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고, 임금 동결은 17.5%에 그쳤다.

기업들은 이 외에도 매출 목표와 공장 가동을 축소해 생산량을 조정하고, 사업장 증설과 설비 투자를 보류하는 등 위기 극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많은 기업이 채용을 줄이거나 구조조정을 하는 등 고강도 대책 수립을 검토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지역 채용 시장에도 타격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들 기업은 또 원가 관리를 통한 경영 안정(53.7%)을 중장기 경영 전략으로 가장 많이 선택했다.

부산상의 심재운 경제동향분석센터장은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이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 인상을 통한 유동성 회수에 나서면서 지역 기업들이 경기 침체에 맞닥뜨리고 있다”며 “고금리로 인한 기업의 유동성 부족이 심화되지 않도록 대출 만기 연장 등 정부의 과감한 금융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