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물가·대출금리 상승 주원인
- 6월 출시 ‘도약계좌’도 회의적

청년에게 ‘미래 희망’보다 ‘하루살이’가 훨씬 급해진 세상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물가에 고통받는다. 연 10%가 넘는 이자를 얹어준대도, 당장 ‘오늘’을 살아야 하는 청년은 줄줄이 ‘청년희망적금’을 해약하고 있다. 이들은 현실과 괴리되지 않는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20일 국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경남 지역 청년희망적금 가입자 15~20%가 이 상품을 해약했다. BNK부산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청년희망적금 계좌 수는 2만1084좌로 집계됐다. 적금 출시 직후인 지난해 3월 31일 2만5104좌인 것과 비교하면, 9개월 만에 16%(4020좌)의 청년이 적금을 깼다.

BNK경남은행의 청년희망적금의 유효 계좌도 지난해 12월 기준 2949좌다. 지난해 3월(3644좌)과 비교해 19%나 빠졌다. 이런 현상은 전국적으로도 나타난다. 서민금융진흥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전국 청년희망적금 가입자는 256만7000명이다. 출시 직후인 1분기 말(286만 8000명)과 비교하면 30만 명이 적금 넣기를 포기했다.

청년희망적금은 문재인 정부 시절, 청년의 자산 형성을 돕는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만기 2년 동안 매달 50만 원 한도로 납입하면 정부가 저축장려금을 추가 지원한다. 이자 소득에는 비과세 혜택까지 준다. 가입 대상은 총급여 3600만 원 이하인 만 19~34세 청년이다. 일반 적금으로 환산하면 연 10% 이상 금리를 적용받는 것이어서 큰 인기를 끌었다. 애초 금융위는 이 상품에 38만 명 정도가 가입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정작 출시되자 300만 명 가까이 몰려 예산을 증액하기도 했다. 신청 초기엔 은행 애플리케이션이 마비되는 일도 발생했다. 결국 정부는 지난해 2월 처음으로 신규 가입자를 받아 3월 초 판매를 조기 종료했다.

이처럼 파격적 조건에 큰 공을 들여 가입한 상품이지만, 해지가 줄을 잇는다. 고물가와 대출금리 상승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당장 주머니가 급한 청년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적금을 해지하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세대별 체감경제고통지수를 산출한 결과 15~29세 청년이 25.1%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오는 6월 출시되는 청년도약계좌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나온다. 이 상품은 최대 월 70만 원을 저축하면 최대 6%의 지원금을 얹어 5년 뒤 5000만 원으로 돌려준다. 계약금과 계약 기간 모두 청년희망적금보다 문턱이 높다. 부산의 취업준비생 한모(28) 씨는 “청년희망적금이 아니라, ‘청년절망적금’으로 불린다. 현실적으로 50만 원을 납입할 수 있는 여력의 청년은 많지 않다. 그림의 떡이다”며 “최근 대출금리와 가스비가 크게 올랐다는 게 체감된다. 50만 원도 힘든데 매달 70만 원 납입은 아무리 혜택이 좋아도 신청할 수 없다. 현실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