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 본점 부산행 기정사실화 속
- 산은, ‘적정 이전규모 산정’ 용역 발주
- 노조 거센 반발·거래 효율화 등 내세워
- 핵심기능 서울 존치 가능성 빌미 우려

- 2007년부터 이원체제인 한국거래소
- 부산 금융중심지·균형발전 취지 퇴색

부산시가 KDB산업은행 본점과 함께 ‘100% 기능 이전’에 총력전을 펴는 것으로 확인됐다. 산은 본점에 당연히 따라올 것으로 예상된 주요 기능 일부가 서울에 남을 가능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부산과 서울 이원 체제로 ‘껍데기 이전’이라는 비판을 받은 한국거래소(KRX)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왼쪽)과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100% 기능 이전’ 관건

산은은 최근 발주한 용역에서 일부 기능의 서울 존치 빌미를 제공했다. 이 용역은 부산 이전 역량 강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다. 용역 결과는 국가균형발전법에 담을 산은 부산 이전 내용의 참고 자료로 활용된다. 용역 기간은 이번 달부터 3개월간이다. 그런데 산은은 용역 과업에 ‘역량 강화를 위한 적정 이전 규모 산정 및 정책효과 분석’을 담았다. 용역 결과에 따라 산은 기능의 일부 이전 가능성을 남긴 것이다.

금융당국도 본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기능의 완전 이전에는 애매한 견해를 보인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15일 “아직 아무것도 나온 것이 없어 정확한 답을 하기 어렵다”면서도 “산은 용역 결과가 나와야 이전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고 일부 기능 존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과거 사례를 봐도 이전 공공기관의 기능까지 100% 지방으로 옮겨간 것은 아니다. 서울에서 기능을 해야 하는 부문이 있을 수도 있는데 종합적으로 검토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산은과 이전 협의를 하는 시는 차질 없는 이전 공공기관 지정·고시와 함께 기능의 완전한 이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산은은 주요 기능의 100% 이전을 요구하는 시의 요구에 확답하지 않았다.

■‘한국거래소 전철’ 막아야

금융권 일각에서는 산은이 한국거래소 방식의 이전을 원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본점 이전은 기정사실로 됐고, 노조가 반발하는 만큼 주요 기능을 서울에 존치하는 것이 산은으로서는 타협점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는 부산이 받아들일 수 없는 방식이다. 사실상 ‘반쪽 이전’에 그치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 본사는 2007년 부산으로 이전했다. 그런데 6개 주요 부문 중 경영지원·파생상품·청산결제 등 3개 부문만 부산으로 옮겨 왔다. 거래소 핵심 기능인 유가증권·코스닥·시장감시 기능은 서울에 그대로 남았다. 기업이 몰린 서울·수도권의 거래 효율화를 위해서라는 이유에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대의가 후퇴한 결과다. 결국 부산에 관련 기업 집적은 이뤄지지 않았고, 부산 금융 중심지는 지정 10년이 넘도록 그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거래소 방식의 이전이 이뤄지면 ‘국가 경쟁력 강화’와 ‘동남권 경제 활성화’라는 산은 이전 취지 역시 퇴색할 수밖에 없다. 산은은 ▷지역 ▷혁신 ▷기업금융 ▷글로벌사업 ▷자본시장 ▷심사평가 ▷리스크관리 ▷기획관리 ▷재무관리 등 9개 부문과 7개 본부 체제다. 이들 기능이 100% 부산으로 옮겨와야 균형발전, 국가 성장동력 확보, 시장 안전판 역할 수행이라는 산은 기능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시 산은 이전 준비단장을 맡은 이성권 경제부시장은 “산은에 거래소 방식의 이전은 실패한 사례라고 분명히 이야기했다”며 “주요 기능이 반드시 본점과 함께 부산에 와야 한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번 용역에 시의 의견이 반영토록 한다는 데 산은도 동의했다”고 말했다. 산은은 전날 시와의 협의에서 이전 공공기관 지정·고시 계획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은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