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불황에도 ‘떼돈’을 번 정유사와 금융권에 대한 ‘횡재세 징수’ 요구가 커진다. 고유가·고금리에 서민 시름은 깊은데, ‘앉아서 번 돈’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는 비판이 거세기 때문이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횡재세 도입 요구는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12일 국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더불어민주당은 정유사에 대한 횡재세를 걷어 국민에 난방비를 추가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소상공인연합회장 출신인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도 성명을 내고 “‘횡재세’ 논란에 정유업계가 단골손님으로 거론되는 것은 일부 정유회사가 막대한 수익을 독차지하고, 임직원이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현실에 있다”고 국내 정유업계의 자성을 촉구했다.

실제 정유사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고유가로 막대한 규모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조9989억 원으로 전년보다 129.6% 증가했다. 현대오일뱅크는 155.1% 늘어난 2조7898억 원, 에쓰오일은 59.2% 증가한 3조4081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GS칼텍스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실적에 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의 모든 임직원은 각각 ‘기본급의 1000%’와 ‘기본연봉 50%’의 성과급을 받는다. 에쓰오일과 SK이노베이션도 막대한 성과급을 지급할 예정이다. 최 의원은 “대형 정유사는 성과급 잔치를 벌이지만, 1년 전에 비해 37.7%나 상승한 등유 가격은 국민에 폭탄이 돼 돌아왔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횡재세 도입에 부정적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7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횡재세 부과에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횡재세 역풍이 불자 SK에너지(150억 원), GS칼텍스(100억 원), 현대오일뱅크(100억 원), 에쓰오일(10억 원) 등은 에너지 취약계층 지원금 360억 원을 내놓았다. 하지만 ‘쥐꼬리 지원금’에 여론이 무마될지 미지수다.

연말 성과급 잔치를 벌인 금융권에 대한 횡재세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