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2호기. 국제신문DB
|
정부가 5년 전 공표한 ‘고리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설치’ 계획에 주민 의견 수렴 등의 절차가 명문화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021년 12월 확정된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에서도 정부는 의견 수렴 절차를 의무화하지 않은 채 ‘주민 등이 요구하는 경우’로 제한했다.
지난 7일 자사 이사회에서 해당 안건을 밀어붙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물론, 이러한 일방 통행을 가능하게 만든 정부 모두에게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 법적 근거·명문화 조항 애초부터 없어9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건식저장시설 설치 계획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제시됐으나 부산 울산 등 원전 지역의 핵심 이슈로 부상한 시기는 고리원전 1호기가 영구 정지된 2017년 6월이다.
당시 관련 자료에는 ‘고리 1호기 해체 과정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부지 내에 마련될 예정인 건식저장시설로 옮겨 안전하게 관리될 것’이라는 계획이 담겼다.
특히 정부는 당시 건식저장시설 설치를 위한 6단계로 ▷위치 및 저장 방식 선정 ▷기본계획 수립 ▷사업자 선정 ▷인허가 준비 ▷인허가 심사 ▷건설 및 용기 제작을 제시했다. 의견 수렴 절차는 전혀 들어가지 않은 셈이다.
반면 건식저장시설 설치 계획과 같은 날 공개된 고리 1호기 해체 계획에는 ‘주민 공청회 실시’가 명문화됐다.
2021년 12월 확정된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도 마찬가지다.
당시 2차 기본계획에는 ‘건식저장시설을 설치할 때 원전 주민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내용이 포함되기는 했다. 하지만 정부는 ‘원전 소재지 지자체장이나 주변 지역 주민의 요구가 있는 경우’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의견 수렴 방침만 정했을뿐 이를 의무화하지는 않은 셈이다. 결국 애초부터 법적 근거나 명문화 조항이 없다 보니 한수원이 주민 의견을 듣는 것은 불가능했다.
■ “한수원, 지역 주민은 물론 국회까지 무시”문제는 명문화 여부와 별도로 ‘원전 사업자’로서 적극적으로 의견 수렴에 나서야 하는 한수원이 오히려 ‘주민 패싱’을 해가며 안건 밀어붙이기에 나섰다는 점이다.
특히 의견 수렴 절차를 의무화한 여야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약칭)’이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속전속결로 이사회에서 안건을 처리한 것은 향후 법적으로 문제가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원전안전검증대책단(TF)도 이날 성명에서 “현재 사용후핵연료 처리를 위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을 국회에서 논의 중인 상황에서 한수원은 이사회를 통해 일방적인 결정을 내리며 지역 주민들은 물론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까지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또 “반출 계획이 없는 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설치 추진은 지역 주민에게 또 다른 희생을 강요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TF 단장을 맡은 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은 “현행 원자력안전법의 경우 건식저장시설 건설 시 별도의 주민 의견 수렴 절차가 필요없는 헛점이 있다”며 “산업부와 한수원이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이행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