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조선업체들의 자율운항선박 실증이 잇따라 성공하면서 자율운항선박 상용화가 한 발짝 다가왔다. 각 업체들은 고유의 자율운항 솔루션을 개발해 대형선박, 시험선박 등에 적용하며 충돌회피 수준을 높이는 단계까지 올라섰다.

독도를 향해 자율운항 중인 세계로호 조타실 모습. 삼성중공업 제공

대우조선해양의 자율운항 전용 테스트 선박인 단비가 해상 시험을 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제공

삼성중공업은 업계 최초로 서해에서 남해와 동해를 잇는 국내 도서 연안에서 자율운항 해상 실증에 성공했다고 24일 밝혔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15일부터 4일간 목포해양대학교의 9200 ｔ급 대형 실습선인 세계로호를 활용해 ▷전남 목포 서해상에서 출발해 ▷남해 이어도와 제주도를 거쳐 ▷동해 독도에 이르는 약 950㎞ 거리를 자율 운항하며 실증을 진행했다.

삼성중공업의 원격 자율운항 시스템 ‘SAS’를 탑재한 세계로호는 자율운항 중 항해 중인 다른 선박과 마주친 29번의 충돌 위험 상황을 안전하게 회피하는 데 성공했다는 게 삼성중공업 설명이다.

해상 조업이 활발한 이어도 부근을 지날 때 세계로호의 선수(전방)와 우현으로부터 동시 접근하는 여러 척의 어선들과의 복합 충돌 상황에서도 SAS가 이를 실시간으로 인지해 5초마다 정확하고 안전한 회피 경로를 제시했다고 한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해상 실증은 3면이 바다이면서 섬이 많은 우리나라 해양 환경 특성상 복잡 다양한 충돌 위험 상황에서 SAS 성능과 안정성을 확인하는 테스트였다. 자율운항기술이 한 차원 더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삼성중공업은 기국(Flag state)인 해양수산부로부터 ‘자율운항스시템(SAS)의 선박 실증을 위한 선박안전법 특례’를 업계에서 처음으로 승인받았다. 기국은 선박이 등록한 소속 국가를 의미하며 해당 국가는 각종 국제 안전규정을 시행할 책임과 권한을 갖는 해사 기관을 설립하고 등록 선박이 안전상 기준 미달선이 되지 않도록 통제할 의무를 지닌다. 이번 실증으로 자율운항선박에 대한 각종 가이드라인을 만들 수 있게 됐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6~17일 서해 제부도 인근 해역에서 자율운항선박에 대한 해상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자율운항 시험선 ‘단비(DAN-V : DSME Autonomous Navigation-Vessel)’를 건조하고 관련 테스트를 진행했다.

단비는 대형 상선을 모사한 자율운항 전용 테스트 선박으로 실제 대형 선박과 유사한 운항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어 대형 상선용 자율운항 시스템 검증을 할 수 있다는 게 대우조선해양 설명이다.

이번 해상 시험에는 관제센터로부터 전달된 제어 명령에 따른 엔진, 방향타 등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원격제어 시험, 계획된 운항 경로를 따라 선박이 잘 따라가는지를 확인하는 경로 추종 시험, 운항 중 복수의 선박을 만났을 때 충돌 위험을 판단하고 위험을 잘 회피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충돌 회피 시험 등 자율운항선 운항을 위해 필요한 주요 기능에 대한 테스트가 포함됐다.

대우조선해양 중앙연구원장 최동규 전무는 “이번 시험 성공으로 로이드 선급 기준 자율운항 레벨 3 수준까지의 기술력을 확보했다. 내년에는 확보된 자율운항 기술을 실선에 적용하여 검증하고 2024년 완전 자율운항 기술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6월에 자율운항 대양 횡단에 성공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지주사인 HD현대의 자율운항 전문회사 아비커스는 세계 최초로 대형 선박의 자율운항 대양 횡단에 성공했다.

아비커스는 SK해운과 함께 18만㎥급 초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인 ‘프리즘 커리지’호의 자율운항 대양 횡단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2일 밝혔다. 선박에는 아비커스의 2단계 자율운항솔루션인 하이나스(HiNAS) 2.0가 탑재됐다. 이 선박은 지난달 1일 미국 남부 멕시코만 프리포트에서 출발해 파나마 운하를 통과했다. 33일간 태평양 건너 충남 보령LNG터미널에 도착했다. 총 운항거리는 2만㎞였고 절반 가량인 1만㎞는 자율 운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