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자금을 불법으로 들여와 국내 주택을 구입하거나 경제활동이 불가능한 비자로 임대업 등을 한 외국인이 무더기로 발각됐다.

28일 국토교통부는 외국인 주택투기 기획조사 결과, 위법 의심행위 567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집값 상승기에 외국인의 주택 매수가 급증한 최근 2년 간(2020년 1월~2022년 5월)의 주택 거래 2만38건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국토부는 이 가운데 이상거래 1145건을 선별했으며 소명자료 요청·분석 등을 통해 411건(35.8%)의 거래에서 567건의 위법 의심행위를 확인했다.

국적별로는 중국인이 314건(55.4%)으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미국인 104건(18.3%), 캐나다인 35건(6.2%) 등의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에서 적발된 위법 의심행위가 421건으로 전체의 74.2%(경기도 185건·서울 171건·인천 65건)를 차지했다. 유형별로는 해외자금 불법반입 121건, 무자격비자 임대업 57건, 명의신탁 및 업무상 횡령 9건, 편법증여 및 소명자료 미제출 85건, 대출용도 외 유용 및 LTV 규정 위반 22건, 계약일 거짓신고 및 소명자료 미제출 273건 등이었다.

국토교통부가 외국인 주택투기 기획조사를 통해 위법 의심행위 567건을 적발했다. 사진은 부산의 아파트단지로 특정 기사와 관련 없음. 국제신문DB.

일부 외국인들은 국내 부동산 취득을 위해 해외에서 1만 달러를 초과하는 현금을 반입한 뒤에 신고하지 않거나 외국환은행을 거치지 않고 부동산 취득자금을 불법반입하는 ‘환치기’를 통해 거래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방문동거 비자(F1) 등 경제활동이 불가한 자격으로 체류하면서 임대업을 하거나 실제 거래대금 지급과 취득세 납부 등은 본인이 하면서 거래계약을 타인 명의로 체결하고 소유권이전등기까지 하는 사례도 적발됐다.

50대의 한 외국인은 지난해 서울 아파트를 42억 원에 사들였을 때 매입자금 8억4000만 원을 외국에서 반입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외화 반입 신고 기록은 없었다. 국토부는 신고 의무가 없는 외화 반입 한도가 하루 1만 달러인 점을 고려할 때 코로나 시국에 70차례나 외국을 오가며 돈을 들여왔다는 해명은 설득력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30대 외국인은 경남 일대를 돌며 아파트·다세대주택 19채를 사들였다. 대부분 한국인 남편이 가계약금을 지불했지만 자금 출처 요구에 아무런 설명도 하지 못해 법률을 위반했다는 의심을 샀다.

국토부는 위법 의심행위 567건을 법무부·관세청·경찰청·국세청·금융위·지자체 등에 통보해 향후 각 기관의 적절한 후속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아울러 앞으로는 외국인의 토지 대량 매입, 지분 쪼개기, 이상 고·저가 매수 등 투기성 토지거래뿐 아니라 오피스텔 등 비주택 거래에서도 이상 동향이 포착되면 기획조사를 확대 추진해나가기로 했다. 국토부는 이 같은 조치가 외국인의 주택 투기를 차단해 공정한 거래 질서를 확립하는 한편 내국인에 대한 역차별 논란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