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는 사이에 비대면으로 알뜰폰 개통 및 계좌 개설이 이뤄지고 오픈뱅킹을 통해 내 계좌의 자금이 보이스피싱 범죄자에게 넘겨진다면? 상상만해도 오싹한 일이다. 하지만 최근의 보이스피싱 범죄는 급변하는 통신·금융환경에 맞춰 지능화되고 있는 추세다. 이에 개인이 통신사에서 개설할 수 있는 회선 수가 제한되고 실명 확인 없는 ATM 무통장입금 한도를 축소하는 등 범정부 차원의 대책이 추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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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이 29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보이스피싱 대응 성과 및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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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조정실은 29일 오전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을 단장으로 하는 ‘보이스피싱 대응 범정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어 그간의 추진 성과를 점검하고 지능화되고 있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응한 통신·금융분야 대책을 마련했다. 범정부 TF는 지난해 12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으며 금융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경찰청, 보이스피싱 정부합동수사단, 국가정보원 등이 참여한다.
○휴대폰 개통 회선 수 월 3개로 제한
우선 다음 달부터 개인이 모든 통신사에서 개설할 수 있는 휴대전화 회선 수를 월 3개로 제한해 대포폰 대량 개통을 어렵게 하기로 했다. 아울러 대포폰, 보이스피싱 등 불법행위 이력이 있는 명의자는 일정 기간 신규 개통이 제한된다. 휴대전화 개통 시 본인확인 절차도 강화된다. 경찰청·방통위·과기정통부 등의 합동단속에서 본인확인 절차와 관련해 부정 개통에 연루된 사업자를 엄하게 처벌키로 했다.
실제 금융·공공기관 등이 발송한 문자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안심마크 표시’ 서비스도 다음 달부터 시범 도입한다. 또 국제전화를 통한 사칭 범죄 피해 예방을 위해 통신사와 휴대전화 단말기 제조사가 국제전화가 걸려오는 경우 ‘국제전화(한글)’ 안내를 표시하고, 통화연결 시에도 “국제전화입니다”라는 음성 안내를 동시 제공하는 등의 의무도 강화된다. 보이스피싱으로 의심되는 문자를 받으면 단말기에 ‘스팸’ 신고 창이 바로 보이도록 하는 시스템은 내년 상반기 완료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정부는 보이스피싱, 불법스팸, 발신번호 거짓표시, 스미싱 등으로 신고된 전화번호의 목록을 문자사업자 간에 공유토록 해 문자 발송을 차단하기로 했다. 또 전화번호를 변조·발신하는 변작 중계기(통칭 SIM박스)도 통신 사용을 막기로 했다.
이와 함께 인터넷 발송문자 관리 시스템을 보완해 사업자별 고유 ‘식별코드’를 삽입해 불특정 다수에게 살포되는 피싱문자를 보다 신속히 추적·차단하기로 했다. 이용자가 보이스피싱 의심 문자를 받는 즉시, 단말기에서 쉽고 간편하게 신고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ATM 무통장입금 한도 회당 50만 원으로
최근 계좌이체 대신 범인이 피해자로부터 직접 현금을 건네받는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기 위해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이 적용된다. 금융위는 수취 계좌의 지급정지를 요청할 수 있게 하는 법 개정안을 다음 달 안에 발의하기로 했다.
카드, 통장 없이 주민등록번호 입력만으로 거래가 가능한 ATM 무통장 입금 한도도 기존 1회 10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축소된다. 실명확인 절차가 없는 이 같은 형태의 거래는 그간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가 많았다. 카드·통장 등을 활용한 ATM 거래와 비대면 거래, 창구거래 등의 한도에는 변함이 없다. 아울러 수취계좌의 실명 확인 없는 ATM 무통장입금의 수취 한도는 1일 300만 원으로 정해졌다.
범죄자에게 자신의 개인정보가 노출돼 보이스피싱 피해가 우려되는 경우, 계좌의 자금 이전을 신속하게 차단할 수 있는 길도 열린다. 금융감독원의 ‘개인정보노출자 사고예방 시스템’에 피해자가 자신의 정보 노출 사실을 등록하면 피해자의 오픈뱅킹 가입 신청 및 계좌 연결을 제한할 계획이다. 또 피해자는 어카운트인포(계좌정보통합관리서비스)를 통해 본인 명의의 계좌 개설 여부를 확인하고, 도용된 계좌가 있다면 곧바로 지급정지 신청을 할 수 있게 된다.
비대면 계좌를 개설할 때 위조 신분증이 쓰이지 않도록 모든 금융회사가 신분증 진위확인 시스템을 사용해야 한다. 특히 비대면 계좌를 통해 오픈뱅킹에 가입했다면 3일 간 오픈뱅킹을 통한 자금 이체가 차단되며, 금융사 앱에 직접 접속해야만 자금 이체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피해자 이름으로 알뜰폰을 개통해 비대면 은행 계좌를 개설한 뒤 오픈뱅킹으로 자금을 빼내는 사례도 있었다. 이 경우, 피해자가 이 사실을 확인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려 피해를 더 키웠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송금하거나 인출·전달해주는 등 ‘단순 조력행위’도 처벌하는 규정을 마련해 다음 달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방문규 국조실장은 “보이스피싱 신고부터 수사까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통합신고 대응센터를 조속히 출범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청과 보이스피싱 정부합동수사단은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보이스피싱 관련 범죄를 단속해 1만6431명을 검거했다. 상부 조직원 417명, 하부 조직원 1만151명, 통신업자 등 2896명, 계좌 명의인 2967명 등이었다. 보이스피싱에 이용된 전화번호는 9만6000여 개, 악성 앱은 4000여 개, 카카오톡 계정은 3800여 개였으며 이들 모두 차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