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 부산 이전’이라는 막중한 과제를 안고 있는 강석훈 산은 회장은 14일 “우리나라 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부산 울산 경남 지역도 새로운 4차 산업혁명의 전초기지로 탈바꿈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고, 산은의 부산 이전은 이를 충족하기 위한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수도권과 부울경을 축으로 지속가능한 경제를 만드는 것이 (산은 부산이전의) 목표”라고 밝혔다.

강석훈 KDB 산업은행 회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강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산은 본관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우리나라는 고도성장 시기에 부울경이 제조업 중심기지로서 경제성장의 첨병이었고, 그곳을 중심으로 경제가 성장했으나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모든 중심지가 수도권으로 모아지고 상대적으로 부울경은 이에 뒤쳐지고 있다”며 산은 부산 이전의 의미를 이 같이 설명했다.

산은 부산 이전을 추진하려면 우선 본점을 ‘서울’로 명시하고 있는 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는 “부울경의 경제를 부흥시키라는 정부의 역할 부여가 있었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수행할 지 등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는데, 법 개정 이전이라도 부울경 지역에 영업자산, 영업기반 확대 등의 방법으로 부울경 경제 부흥을 위해서 노력할 것”이라며 “향후 법률이 개정되는 때를 대비해 부산 이전 계획을 짜는 조직도 신설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영업자산 등의 확대 방안과 관련해서는 “일단 해양산업금융본부 등을 확대하고 영업점 인원을 키우는 등의 방향으로 시작할 생각인데, 내년 초에는 가시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석훈 KDB 산업은행 회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강 회장은 본점 이전을 둘러싼 직원 반발에 대해서는 “대통령께서 지난달 31일 제7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공개적으로 말씀하셨고, 국회 예결위 현안 질의에서 국무총리와 부총리가 확약한 사안”이라며 “국가의 최고 책임자들이 정한 것을 제가 뒤집을 수 없다는 점을 (직원들이) 이해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또 산은 직원들의 퇴사가 잇따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부산 이전)과정에서 제일 신경 써서 해야 될 일 중 하나가 바로 인재 유출을 최소화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퇴사 인원이) 수치로는 여러 명으로 돼 있지만 내용 상으로는 경쟁력을 잠식할 정도로 많은 인원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만 “향후 부산 이전이 본격화되면 인재 이탈이 많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며 “인재 이탈을 줄이기 위해 부산과 서울 인원 비율, 부산에 갔을 때 직원들의 주거·교육 문제 등을 어떻게 해야 되는지 등 이런 부분을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간담회 시간에 맞춰 산은 노조는 부산 이전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집회를 열었는데, 강 회장은 직원들과 진솔한 대화를 통해 부산 이전의 당위성을 잘 설득하겠다는 의지도 강조했다.

강 회장은 아울러 “부산에 아무런 변화 없이 산은 혼자 이전해서 부산 지역 경제가 큰 영향을 받으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향후 부산 지역의 전반적인 경제 대개조 프로젝트가 선행되거나 최소한 동행해야 할 것이고, 그러한 과정에서 산은의 부산 이전이 이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부산의 노력을 촉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부산 이전은 산은의 기본 역할에 부울경 지역의 경제 부흥이라는 새로운 역할이 추가된 것”이라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정책금융기능 약화 우려를 일축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쟁력 강화 및 처리 방향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산은이 대주주로 있는 시스템이 이제 효용성이 다하지 않았나 판단한다”며 “연구·개발(R&D)을 강화하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경영 주체가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게 대우조선을 구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대우조선의 경쟁력 강화와 더불어 빠른 매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의 분리매각 가능성과 관련해서도 “어떤 방식이든 빠른 매각을 위해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에서 (앞서 국회에서) 분리 매각을 말씀드린 것”이라며 “다만, 방산 부문을 뗀 나머지 부문을 해외에 매각하는 방안은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