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아파트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아파트 매매가가 3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고, 아파트 매매거래는 눈에 띄게 줄었다. 또 아파트를 사겠다는 심리도 급격히 위축돼 매매수급지수가 2년여 만에 80대로 주저앉았다.

한국부동산원이 1일 내놓은 8월 5주(지난달 29일 기준) 주간 아파트 매매가 동향을 보면 부산의 아파트 매매가는 0.15% 떨어지며 지난주(8월 22일 기준 -0.12%)보다 하락 폭이 확대됐다. 특히 아파트 매매가가 이렇게 많이 내려앉은 것은 2019년 3월 4주(3월 25일 기준 -0.16%) 이후 3년 5개월 만이다. 특히 지난달 부산의 아파트 매매가는 -0.05%(8일),-0.07%( 15일), -0.12%(22일), -0.15%(29일) 등을 기록하며 하락 폭이 눈에 띄게 확대됐다. 지난 6~7월까지만 해도 매매가는 -0.01~-0.02% 수준으로 하락하며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가격 버티기가 통했으나 8월부터 하락 폭이 커지며 분위기가 달라지는 양상이다.

아파트 매매거래도 갈수록 줄고 있다. 지난 7월 부산의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1477건에 그쳤다. 지난 1월(1470건) 이후 6개월 만에 1400건대로 줄어든 것이다. 특히 부산의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올들어 5월까지 조금씩 늘며 매월 2500건대까지 회복됐다. 하지만 지난 6월 1831건으로 감소하더니 다시 한 달 만에 354건이 더 줄었다.

아파트를 사겠다는 심리도 얼어붙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수급동향을 보면 지난달 22일 부산의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9.7을 기록했다. 부산의 아파트 매매수급지수가 80대로 떨어진 것은 2020년 10월 19일(88.9) 이후 1년 10개월 만이다.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부동산 시장 상황을 나타내는 척도로, 기준선인 100 이하이면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다. 부산의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2020년 12월 21일 116.1까지 오르며 100을 웃돌았으나, 정부의 규제 강화로 지난해 11월 22일(99.1) 100 이하로 떨어졌으며 지난 2월 21일에는 94까지 내려갔다. 이후 윤석열정부의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에 다시 지수가 소폭 상승해 지난 5월 16일 97.7까지 올랐으나 아파트 매매가 하락세가 강해지면서 결국 89.7까지 떨어졌다.

이처럼 각종 통계를 통해 부산의 아파트 시장이 얼어붙은 것이 확인되면서 지역 주택경기 하락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면서 대출 이자 부담에 아파트를 내놓더라도 사려는 사람이 없고, 집을 옮기려는 사람도 관망세로 돌아서는 ‘거래 빙하기’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솔렉스마케팅 김혜신 부산지사장은 “전 세계적인 경기 위축 속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겠다고 압박하는 상황에서 부산의 부동산 시장도 이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당분간 거래 절벽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정부가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마련할 시점이 온 것 같다”고 지적했다.

부산지역 아파트 전경. 국제신문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