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업자, 지구단위계획변경 신청

- 해운대구 “절차따라 검토 중”
- 인근 주민들은 특혜라며 반발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의 마지막 미개발지에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 건립이 추진되고 있어 일대가 떠들썩하다. 해당 부지는 공동주택이 들어설 수 없는 곳이라 용도 변경이 불가피해 행정 당국이 어떤 결정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24일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내 미개발지(우동 1406-7 일대) 전경. 해당 부지 소유자 B사가 최근 이곳에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을 짓기 위해 해운대구에 지구단위계획 변경 신청을 내면서 인근 주민이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이원준 기자

24일 해운대구에 따르면 우동 1406-7 부지를 소유한 민간 사업자 B사는 지난달 구에 지구단위계획 변경 신청을 냈다. 사업자는 또 이곳에 최고 높이 64층 규모에 1000세대가량 거주할 수 있는 주상복합 건축 계획도 함께 제출했다. 해당 부지는 수영만매립지 지구단위계획상 공동주택이 들어설 수 없게 되어 있는데, 건립이 가능하도록 부지 용도를 변경해달라는 내용이다. 부산시와 해운대구는 수영만매립지가 애초 상업지로 개발됐지만 해안가를 따라 초고층 주상복합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고급 주거단지로 변모해 비판받자 더 이상 공동주택이나 오피스텔을 짓지 못하도록 용도를 제한했다.

B사가 보유한 부지는 홈플러스 해운대점 바로 옆에 위치해 마린시티 내에서도 중심 입지로 꼽힌다. 애초 한화그룹이 갤러리아 백화점 건립을 준비했으나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B사에 땅을 매각했다. 이후 B사는 해당 부지에 숙박형 레지던스와 대규모 콘도 건설을 추진했으나 인근에 초등학교가 있다는 이유로 부산시교육청과 법원의 제동에 걸려 사업을 진행하지 못했다. 이에 2018년 주상복합을 짓겠다며 해운대구에 지구단위계획 변경 신청을 냈지만 인근 주민과 시민단체의 반대 여론에 부딪혀 자진 철회했다. 이후 4년 만에 사업을 재추진하는 것이다.

해운대구는 신청이 들어온 만큼 관련 부서 및 기관과 협의를 거쳐 기반시설과 교통영향, 교육환경 등 여러 분야에 관한 조치 계획을 마련해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만약 구와 사업자의 협의가 원활하게 진행되면 시의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를 거치게 된다. 해운대구 건축과 관계자는 “4년 전에도 사업자의 제안에 따라 관련 부서 및 기관과 협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자진 철회했다”며 “정해진 절차에 따라 주민과 관련 기관, 부서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해당 부지 옆의 홈플러스도 최근 매각, 주상복합 등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아 B사의 사업안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마린시티 일대에 대형 주거타운이 조성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지역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행정상 편의를 제공받고 대신 사회에 필요한 공공 기여를 하는 조건으로 유휴 부지 개발이 활발한 만큼 4년 전과는 분위기가 다르지 않나 싶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일대 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해당 부지에 대형 주거시설이 들어서면 재산권 침해와 교통 체증 문제, 교육환경 악화 등 피해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해운대구에 반대 의견서 제출을 준비하는 한편, 주변 곳곳에 이런 의사를 담은 플래카드를 거는 등 대응에 나섰다. 김호웅 대우마리나1·2차비상대책위원장은 “해운대구가 시행사를 위해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해준다면 이는 난개발을 용인하는 것인 동시에 명백한 특혜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