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앞으로도 물가에 중점을 둔 통화정책을 운용해나가겠다는 방침을 9일 밝혔다. 추가 금리인상을 사실상 예고한 셈이다. 한은은 아울러 원/달러 환율과 기대인플레이션의 가파른 상승이 물가 오름세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종석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은 제공.

한은은 이날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국내경제가 회복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앞으로 당분간 물가에 보다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시기는 성장·물가 흐름,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결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기준금리 빅 스텝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지만, 현재 생각으로는 0.25%포인트 씩 올리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세계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국내 경제 상황으로 봤을 때, 베이스(기본) 시나리오 상 스태그플레이션의 확률은 낮다고 생각한다”며 “베이스 시나리오에서 우리나라 경제가 잠재성장률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추가로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데, 한은은 이에 대해 “올해 1분기 원/달러 환율이 1% 오를 때마다 물가 상승률은 0.06%포인트 높아졌다”며 “환율의 물가상승 기여도는 올해 1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3.8%)의 약 9%(0.34%포인트)인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환율 상승기(2020년 12월∼2022년 5월)의 원/달러 환율 상승 폭은 183원, 상승 속도는 하루 0.51원이었는데, 과거 상승기(3개월 이상 환율이 오르고 원화 절하율이 10% 이상인 기간)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적게, 완만히 올랐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2월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이후만 봤을 때, 환율 상승 속도는 하루 1.15원으로 가파르게 치솟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승기 중 가장 빠른 것으로 조사됐다.

한은은 이와 함께 “최근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이 이미 물가상승압력으로 일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향후 그 압력이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은 1~4분기 전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받고, 3~4분기 후 물가에 다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기대인플레이션은 기업의 임금 및 제품가격의 인상 압력도 키운다고 한은은 밝혔다. 기대인플레이션 급등은 정액 급여에 3분기 후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한은은 “임금 경로를 통한 물가상승 압력이 앞으로 점차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