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주기업 조립·가공업 허가 복잡
- 물품보관·포장 등 물류업에 그쳐
- 이익 배당도 힘든데 임대료 급등
- 사업 다각화 제도적인 지원 절실

“입주기업이 자유로운 제조·물류·유통 및 무역 활동을 할 수 있어야 신항 배후단지가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기존 규제와 통제에서 벗어나 관련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부산항신항배후단지물류협회 이국동 회장.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지난달부터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한 이국동(73) 부산항신항배후단지물류협회장은 21일 부산항 신항 배후단지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규제 완화 및 교통정책 등에 대해 운을 뗐다. 먼저 그는 배후단지 활성화를 위한 가장 중요한 부문으로 조립·가공업 관련 규제 완화를 꼽았다. 이날 현재 58개 입주 기업 중 조립·가공업을 하는 업체는 2곳이다. 나머지 56곳은 컨테이너 속 화물을 처리한다. 물품을 소분하거나 분류해 재포장하고 라벨을 붙이는 형태 등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기를 바라지만 쉽지 않다. 기업 입장으로서는 이익이 많이 남지 않으니 재투자로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쉽지 않다는 게 이 회장의 견해다.

이 회장은 “현재 신항 배후단지의 가장 큰 문제는 반입된 물품을 다시 조립해 완성품 혹은 반완성품으로 만든 후 수출하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거다. 국가적으로도 국내 최대 항만의 배후단지를 활용하지 못해 자원을 낭비하는 셈”이라며 “입주기업은 물류기업으로 등록돼 있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업종인 가공·조립 등 제조업을 하고 싶어도 워낙 절차가 복잡해 허가를 잘 받지 못한다. 관련 절차를 이행할 수 있는 업체도 드물다. 해수부·관세청·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등 정책 당국은 배후단지가 복합물류사업 지역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입주기업이 자유롭게 사업 다각화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처럼 입주 기업이 사업할 수 있는 영역은 한정돼 있지만, 임대료는 빠르게 오르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2007년 ㎡ 당 월 43원이던 임대료가 현재 321원으로 올랐다. 내년에는 420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은 “부산항만공사(BPA)는 임대료가 현실화하는 과정이라고 하지만, 사업 영역은 저부가가치 사업에 국한돼 있다. 재투자는 고사하고 2006년 입주 후 올해까지 주주에게 이익 배당을 한 곳이 9개(16%) 사뿐이다”고 했다. 이어 “입주 업체는 배후단지를 조성할 때 임차부지에 1조4000억 원을 들여 도로를 포장하고 각종 창고와 건물을 올린 투자 파트너다. 그런데도 BPA는 입주업체를 임차인이자 단속해야 할 대상으로만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해 차이를 좁혀가는 노력의 일환으로 정기적인 간담회 자리를 마련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입주기업 노동자들의 편의를 위해 부산시 등에 배후단지 운행버스를 증차해줄 것도 요구했다. 현재 입주업체, 지자체, BPA가 공동으로 부담해 출퇴근용 셔틀버스 11대를 운영 중이지만 수요를 감당하기는 역부족이다. 이 회장은 “신항 개장 이후 15년이 지났다. 협회가 파악하기에 화물의 라벨링·포장 등 업무를 하는 인력이 1만 명인데 시내에서 배후단지로 운행하는 버스가 출퇴근용 셔틀버스뿐이다”며 “종사자 대부분은 승용차로 출퇴근 해야 하고, 주차장도 부족해 신입사원이 기피하는 곳이 되고 있다. 노동자가 유입되고 배후단지가 활력을 얻으려면 조속한 시일 내에 광역버스망이 구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5년 9월부터 물류단지협회를 이끌고 있는 이 회장은 대한통운 대표이사 사장, 한국항만물류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