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 주도로 추진 중인 부산 이전 금융공기업 1순위 대상인 KDB산업은행이 여야 정당의 당원 가입에 나서거나, 부산 사람인양 부산 이전 반대 댓글 달기에 나서는 등 부산 이전 반대를 위한 여러 행태를 보이고 있다. 특히 목적 달성을 위해 왜곡된 여론 형성까지 나서면서 도가 지나치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21일 국제신문 취재 결과 산은 임직원들 사이에서는 최근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정의당의 당적 가입 바람이 불고 있다. 산업은행법 개정 등을 할 수 있는 정당에 당원으로 가입해 경선 등에서 유리한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것이다. 가입률이 저조하자 산은 노조는 ‘기업은행은 3000명, 수출입은행은 50% 이상 당원으로 가입했다’며 독려하고 있다. 초기에는 당원 가입이 주춤했지만 일주일가량 서로 독려하면서 최근에는 산은 직원뿐만 아니라 가족·지인까지 동참하고 있다. 특히 가족과 지인 모두 당적 가입시 소속을 산은으로 표기하면서 세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당적 가입 현황은 노조에 통보해 전체 규모를 내부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민이 당선인에 바란다’에도 ‘부산은행 죽이는 공공은행 이전 사기극 말고, 제대로 된 지방발전 정책을 내십시오’라는 글에 ‘좋아요’를 누르는 등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문제는 ‘(휴대전화에서) 비행기 모드를 했다가 취소하면 한 번 더 누를 수 있다’는 사실이 직원들 사이에서 공유되면서 다수 직원들이 여러 차례 ‘좋아요’를 누르고 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5번은 기본이고 ‘퇴근길에 20번을 누르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부산 이전에 반대할 것으로 생각한 수도권 대학들과 연대하려 했으나 부정적인 기류가 흐르자 역풍을 우려하는 모습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서울지역 대학 커뮤니티에서는 ‘(원서를) 안 쓰면 그만임’ ‘산은도 지방가면 이제 한물 가겠구나’ ‘꼬시다 능력도 없는 산은이 돈 많이 받는 거 이해 안 갔음’ 등 부정적인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또한 ‘전력공기업 내려갈 때는 가만히 있다가 왜 이제와서 갑자기 청년들 일자리까지 걱정해주느냐’ ‘무슨 서울지방 대학생은 전국 근무 못함? 먹힐 논리 좀 가져와 제발’ 같은 댓글도 눈에 띈다.

댓글도 변질되고 있다. 애초에는 반대 댓글과 화나요 등을 주로 활용했다면 최근에는 ‘부산 시민인 척’ 댓글을 다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문현금융단지 부동산카페 등에 지역 사람인 척 땅값만 올리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하는가 하면 이를 주도하는 장제원(부산 사상구) 의원을 비난하기도 했다. 직원들은 ‘댓글 달기 위해 사투리를 배워야겠다’ ‘부산시민 코스프레가 제일 좋다. 아니면 부산은행 직원’이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다.

한 수도권 언론사를 통해 산업은행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공약인 본점 부산 이전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 연 9조 원 규모의 정책금융제도인 ‘온렌딩금융’을 부산은행 등 지방은행에 집중적으로 공급한다는 방안도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온렌딩 대출은 95%가량이 시중은행에 지원됐으나 자금을 지역에 몰아줘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울 경우 산은 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줄어들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부산 이전 금융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산은 직원 입장에서 부산에 내려오기 싫을 수는 있지만 여론을 왜곡하면서까지 반대하는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