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PO 땐 기업가치 목표에 못미쳐
- 작년 영업익 1조 넘어 자금 여유
- 무리한 상장 대신 시장 관망할 듯

주식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해운업계도 찬바람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대장주로 통하는 HMM마저 주가 방어에 실패하자 기업공개(IPO) 계획을 잠정 연기한 SM상선이 공모를 포기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SM상선은 HMM 주가 급락에 영향을 받아 지난해 11월 상장을 미룬 바 있다.

항해 중인 HMM 컨테이너선 모습

3일 HMM의 주가는 2만2950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5월 최고점이었던 5만1100원과 비교해 55%, 같은해 10월 SM상선이 증권신고서에 제출한 HMM 기준 주가인 3만3700원과 비교해도 32% 떨어졌다.

HMM만이 아니라 해운업계는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최대 규모의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하지만 주가는 도리어 내리막이다. 지난해 6월 29일 주당 8920원을 찍어 고점을 기록했던 팬오션은 현재 5000원 안팎을 오르내리고, 지난해 4월 30일 3990원을 기록한 대한해운도 2000원 선을 방어하는 데도 애를 먹고 있다. 흥아해운 주식도 4개월 전에 비해 30% 수준인 2125원에 거래 중이다.

비슷한 기간 중국 상하이항에서 출항하는 컨테이너선 15개 항로의 단기 운임을 종합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500에서 5000으로 배 가까이 올랐다. SCFI는 지난달 28일 기준 5010.36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주식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올해 컨테이너선 운임이 고점을 찍고 내려온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업계가 주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운 쪽이 워낙 변수가 많아 얻어야 할 정보가 많고, 지난해 수에즈운하 사고 등 악재가 터질 수 있는 불확실성도 커 일반 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린다. 실적보다는 주식시장 흐름을 타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주식시장 악화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라 SM상선의 상장 예심 효력 마감 시한인 다음 달 30일까지 주가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SM상선은 이미 지난해 11월 기관투자자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하던 중에 비교 대상인 HMM 주가가 급락하면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아 상장을 연기한 바 있다.

한국거래소의 상장 규정상 발행사는 상장 예비 심사 승인을 통지받은 후 6개월 이내에 공모를 마치고 상장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다만 발행사는 한국거래소에 승인효력 연장 신청 후 승인을 획득한 경우 예비심사를 다시 받을 수 있다.

업계에서는 SM상선이 기업공개(IPO)를 한 차례 더 미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 원이 넘어 실탄을 넉넉하게 장전한 덕에 목표했던 주가보다 크게 낮아진 성적표를 받아들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SM상선 측은 “기업공개를 통해 조달하려는 금액을 상회하는 영업실적을 내고 있다. 시장 상황을 살펴본 후 상장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