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1분기 대출 문턱이 지난해 연말 보다는 낮아지겠지만, 가계 등의 신용위험이 더 커질 전망이어서 은행권의 깐깐한 대출관리 기조는 여전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대출태도지수는 지난해 4분기 -19에서 올해 1분기에는 0으로 조사됐다. 지수가 양(+)이면 ‘대출태도 완화’라고 답한 금융기관 수가 ‘대출태도 강화’라고 답한 곳보다 많다는 뜻이다. 신용위험·대출수요의 경우 지수가 양이면 ‘증가’를 의미한다.

가계에 대한 대출태도는 직전 2분기 연속 크게 강화된 이후 1분기에는 강화 기조가 축소될 전망이다. 지난해 3, 4분기 모두-35를 나타냈던 주택자금 대출은 1분기에 보합(0)으로 완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3분기에 -29, 4분기에 -41로 강화됐던 일반자금 대출도 올해 1분기에는 -6으로 전망되면서 그간의 대출 조이기는 크게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은 6포인트(0→6) 높아졌고, 중소기업은 지난해 4분기와 마찬가지로 보합(0)을 유지했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 주택대출 태도 지수의 경우 1분기 ‘0’이지만, 이는 평균적으로 현재 상태를 유지하겠다는 답변이 주류였다는 뜻”이라며 “지난해 큰 폭의 대출 강화 상태에서 더 조이지는 않겠다는 것이지, 은행들이 대출을 완화한다는 의미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1분기 신용위험지수가 지난해 4분기(11)보다 5포인트 오른 16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대출 주체별로는 가계의 지수가 12에서 15로 3포인트 올랐고 중소기업도 12에서 18로6포인트 증가했다. 대기업(3→0)의 경우 신용위험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관측됐다.

한은은 “은행들은 대내외 여건 악화 시 코로나19로 실적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일부 취약업종 및 영세 자영업자 중심으로 신용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며 “가계의 신용위험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취약차주의 상환능력 저하,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부담 증대 등으로 전분기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대출수요 지수는 지난해 4분기(-5)보다 12포인트 오른 7로 전망됐다. 가계의 경우 주택대출(-18→0)과 일반대출(-9→0) 수요 모두 지난해 4분기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중소기업(6→12)의 대출 수요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한은은 “가계 대출 수요는 은행의 주택 관련 대출 신규취급 재개, 실수요자 대상 신용대출 재개 등의 영향으로 전분기의 감소세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됐다”며 “기업의 대출 수요는 대기업·중소기업 모두 경기회복 기대에 따른 설비투자자금 수요, 유동성 확보 필요성 등의 영향으로 증가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한편, 저축은행 등 비은행 금융기관들은 대체로 1분기 신용 위험이 커질 것으로 보고 대출 태도를 4분기보다 더 강화하겠다고 답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달 13~31일 203개 금융기관(은행 17·상호저축은행 26·신용카드 8·생명보험사 10·상호금융조합 142) 여신 총괄책임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