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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플라스틱 습격…바다의 비명 <하> 죽음의 바다

폐어구 미세플라스틱, 조개·생선에 축적돼 고스란히 인체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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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양폐플라스틱 연간 6만7000t
- 이중 폐어구·부표만 3만6000t
- 잘게 쪼개져 미세플라스틱 생성
- 독성물질 있는 최대 환경오염원

- 정부 1차 해양폐기물 기본계획
- 회수·실명제 등 어구관리안 담겨
- 실제로 이뤄지려면 입법화 시급
- 어민 자발적 참여시킬 정책 필요

지구상 어떤 생명체도 미세플라스틱을 분해할 수 없다. 바다를 떠도는 미세플라스틱은 플랑크톤으로부터 시작되는 먹이사슬의 흐름을 따라 최상위 포식자인 사람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인류가 편의를 위해 만든 물질이 독기 서린 화살이 되어 되먹임 되는 현상이다. 바다는 미세플라스틱에 얼마나 점령돼 있을까. 지난달 경남 통영시 연안과 부산 영도구 동삼동~남구 백운포 해안을 중심으로 수중 취재를 진행했다.

■청정해역은 없다

   
지난달 중순 부산 영도구 동삼동 해역에서 진행된 수중 촬영 중 폐그물과 마스크가 뒤섞여 떠다니는 모습이 포착됐다. 박수현 기자
통영의 푸른 바다에 떠 있는 양식장의 하얀색 스티로폼 부표들은 기하학적인 패턴 때문에 어촌의 운치를 더한다. 그런데 한걸음만 다가가면 ‘낭만 풍경’은 산산조각 난다. 햇빛과 파도에 부르트고 잘게 쪼개진 스티로폼 알갱이들이 바다를 떠다니다 해양생물의 뱃속으로 들어가기 때문. 양식용 부표(62ℓ) 한 개는 60만~70만 개의 알갱이로 이루어져 있다. 마이크로미터 단위까지 더 쪼개지면 무한대로 늘어날 수 있다. 양식장 주변 바다 표층이 스티로폼에서 쪼개져 나온 알갱이로 거대한 막을 형성하는 이유다. 바다 속에선 방치된 폐어구들이 조류와 해류에 이리저리 떠밀려 마모되면서 쉴 새 없이 미세플라스틱을 만들어낸다.

통영시 사량도 연안 수중으로 들어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닥에 쌓인 폐그물들이 보였다. 오랜 세월 방치된 폐그물은 형태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채 조류에 흐느적거린다.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곳에 방치된 폐그물은 위협적이다. ‘앗차!’ 하는 순간 그물에 몸이 뒤엉켜 버릴 수 있다. 바닥 면에 몸을 붙이고 퇴로를 확보한 채 조심스레 그물을 들추자 그물에 엉킨 채 부패한 어류들이 눈에 들어왔다. 죽은 어류들을 포식하기 위해 모여든 다른 물고기나 저서성 해양동물 역시 그물에 걸리면서 죽음의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이를 두고 유령어업이라 한다.

버려진 폐그물은 오랜 세월 바다 속에 방치되면서 상당 부분 마모된다. ‘질량보존의 법칙’은 바닷속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플라스틱 재질의 폐그물은 마모된 양만큼 잘게 쪼개져 미세플라스틱 형태로 바다로 흩어져 나간다. 바다생물이 흡수한 미세플라스틱은 분해되지 않은 채 축적돼 고스란히 우리 식탁에 오른다.

얼마나 많은 폐어구들이 바닷속에 가라 앉아 있을까. 국립수산과학원의 ‘동·서·남해안 실태조사’에 의하면 연안통발과 자망어구는 연간 사용량의 50%, 근해통발과 자망어구는 20~30%가 바다에서 유실된다. 어림잡아 연간 5000t이 넘는 엄청난 양이다. 국가 해안쓰레기 모니터링(2018~2021)을 살펴보면 스티로폼 부표 비율이 해양쓰레기의 27.2%를 차지한다. 양식업이 활발한 경남에서도 스티로폼 부표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 쉽게 부서지는 부표는 미세플라스틱의 주요 발생원이다. 독성 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환경 오염원으로 꼽힌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의 ‘경남 굴 양식장 스티로폼 부표 쓰레기의 발생량 추정과 저감 방안’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경남 굴 양식장에서 발생한 스티로폼 부표 쓰레기가 연간 66만7922개에 달했다. 전국적으로는 지난해 말 기준 양식장 부표 5500만 개 중 스티로폼 재질은 72%인 3941만 개에 달한다. 김경신 KMI 연구원은 “양식장 쓰레기 처리는 어업인의 자발적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 강제적인 방법을 쓰기보다는 어구보증금제처럼 자발성을 이끌어내는 정책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설상가상. 비대면 활동 증가로 일회용품 사용량이 늘면서 강이나 바다로 유입되는 생활쓰레기가 늘어난 데다 매주 1억 개가량 소비되는 마스크는 미세플라스틱 사용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린다.

■시급한 폐어구·부표 관리

   
경남 통영시 사량도 해역에서 발견된 폐그물 속 물고기. 박수현 기자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국내 연간 해양플라스틱 쓰레기 발생량(2018년 기준)은 6만7000t. 이 중 60%인 4만t이 해상에서 발생했다. 그리고 이 가운데 90%(3만6000t)가 폐어구·부표이다. 폐어구·부표가 많은 이유는 초과 사용이 많기 때문. 2019년 기준 주요 어구의 연간 적정 사용량은 3만7600t이나 총 사용량은 16만1600t으로 4.3배나 많다. 이 가운데 30%(4.7t)은 유실된다. 버려진 어구·부표는 미세플라스틱이 될 뿐만 아니라 선박 안전 사고의 원인이 된다. 한 해 폐그물에 걸려 죽는 수산자원도 연간 9만5000t에 이른다. 하지만 누가 쓰고 버렸는지 알 수도 없어 단속이 쉽지 않다. 어구 생산부터 소비·회수·폐기·재활용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다.

해양수산부도 지난 5월 ‘제1차 해양폐기물 및 해양오염퇴적물 관리 기본계획(2021-2030)’에 어구 관리 방안을 담았다. 주요 내용을 보면 ▷체계적 어구 관리를 위해 생산·판매 기록을 보존하고 부정 영업을 막는 ‘생산·판매업 신설’ ▷일정 기간 특정 구역의 어업을 제한한 뒤 폐어구를 집중 수거하는 ‘어구 일제회수제’ ▷어구 과다사용 방지를 위해 판매량 등을 제한할 수 있는 ‘어구 관련 실태조사’ ▷어구 소유자를 표시하는 ‘어구 실명제’가 담겼다. 폐어구를 반납하면 보증금을 제공하는 어구부표 보증금제도 도입될 예정이다.

   

이러한 방안이 실제로 이뤄지려면 입법화가 시급하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해양 폐기물 관련 법률은 모두 5건. 이중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해양폐기물관리위원회 신설 관련 법률 개정안 1건만 현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태다. 민주당 김영진 의원이 지난 2월 대표 발의한 ‘수산업법 개정안’은 해수부의 제1차 해양폐기물 기본계획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나 아직 통과되지 못했다. 2016년 발의된 비슷한 내용의 어구관리법은 어민들 반발에 부딪혀 20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폐기됐다. 어구부표 보증금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해양폐기물관리법 개정은 민주당 위성곤 의원 지난 7월 대표 발의해 시행까지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어구관리법처럼 관련 법안이 묻히지 않기 위해서는 어민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세밀한 정책 수립과 기술 개발이 함께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성용 해양수산부 해양보전과장은 “어구도 자산이기 때문에 어민들이 일부러 버리는 것은 아니다. 지속적인 의견 수렴 과정을 통해 합리적 제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수현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


※이 기획은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인터랙티브 뉴스-미세플라스틱의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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