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갈치 아지매 시장 전경. 정채영 PD

부산 자갈치시장의 명물은 싱싱한 해산물을 판매하는 자갈치 아지매.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 구수한 부산말에 발길이 멈춥니다. 부산시는 노점을 하는 자갈치 아지매들이 마음 편히 장사할 수 있도록 2017년 ‘자갈치 아지매 시장’ 건물 신축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입주 시기가 2019년에서 올해로 2년 늦어지더니 2024년으로 또 연기됐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뉴스레터 ‘뭐라노’가 알아봤습니다.

‘자갈치 아지매 시장’은 350여 명의 자갈치시장 노점상들이 단속 걱정 없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공간. 부산시는 국·시비 93억 원을 투입해 2019년 완공했습니다. 그런데 내진설계가 안 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자갈치 아지매 시장’은 바다와 접한 물양장(소형 선박이 계류하는 안벽) 위에 건설돼 태풍이나 지진에 취약한 구조. 결국 부산시는 지난해 12월 추가 예산 20억 원을 투입해 내진 보강공사를 마무리했습니다.

인테리어도 자갈치 아지매들의 분노를 샀습니다. 상가 창문이 너무 작아 손님이 상가 내부에서 바다를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해산물을 보관할 냉동 저온 창고조차 갖춰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부산시는 창문 확대 공사와 함께 ‘자갈치 아지매 시장’ 옥상에 냉동 창고를 설치하는 작업을 내년 1월까지 진행합니다.

	자갈치 아지매 시장 내부. 정채영 PD

문제는 또 있습니다. 현재 자갈치 아지매 시장은 200여 명만 수용하도록 설계됐습니다. 입주를 희망하는 350여 명 중 150여 명은 들어가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상가를 배정받지 못한 150여 명이 계속 노점을 한다면 ‘자갈치 아지매 시장’을 만든 이유가 퇴색하게 됩니다. 그러자 부산시는 “2023년 12월까지 3층 규모(연면적 1700㎡)의 ‘자갈치 아지매 시장’ 2단계를 건설할 테니 기다려달라”고 노점상들을 달랬습니다.

그렇다면 자갈치 아지매들은 내년 1월 1단계 추가 공사가 끝나면 입주할 수 있을까요? 정답은 NO! 자갈치상인연합회가 “1단계에 200여 명이 먼저 입주하면 입주하지 못한 나머지 150여 명과의 형평성 시비가 생길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러자 부산시는 2단계가 문을 여는 2024년에 1·2단계 동시 입주로 계획을 바꿨습니다.

자갈치 노점상인 A 씨: 빨리 좀 해야 해요. 이게 전국적인 관광화, 부산을 대표하는 시장인데, 이렇게 낙후된 곳에서 장사하는 건 좀 아니라고 봐요. 우리(상인)도 욕심을 내면 안되고요. 현대화해서 관광객들이 모일 수 있도록 해야지. 빨리 진척이 돼서 돈을 좀 못 벌더라도 됐으면 좋겠어요. 진짜 빨리 좀 갔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2019년 완공된 1단계 건물은 2단계가 완공되는 2023년 12월까지 4년 넘게 문을 열지 못하게 되는 셈입니다. “엉터리 행정 때문에 신축 상가의 노후화를 걱정해야 할 판”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부산시는 공공의 목적으로 1단계 건물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세우지 못했습니다. 입주가 늦어지자 일부 노점상들 사이에선 “상가 임대료가 없는 노점을 계속하는 게 낫다”라는 말도 나옵니다.

이금옥 부산시 수산진흥 팀장: “자갈치 아지매 시장이 행정 재산이라서 저희가 일반 수입 허가는 할 수가 없고, 일단 공공 목적으로 사용하려고 예정입니다. 예를 들면 일시적인 문화 행사라든지 아니면 또 일시적으로 필요한 소분(일부 공간만 나누어 사용하는) 기능이 있는 그런 내용은 저희가 허가를 해줘도 상관이 없을 것 같거든요. 저희들이 (1·2단계) 동시 입점을 계획하면서 그 분들(노점상)한테 전부 확약서를 받았습니다. 이분들이 입주를 포기했을 경우에는 노점상을 비우기 위해 강제 철거나 이런 부분도 그분들이 동의하셨기에…

1·2단계 사업비와 내진보강·인테리어 비용까지 200억 원 가까이 투입되는 ‘자갈치 아지매 시장’은 과연 문을 열 수 있을까요. 잘못된 설계와 엉터리 수요 예측에 대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요. ‘뭐라노’가 계속 지켜보겠습니다.정채영 기자 codud3597@kookje.co.kr

	부산 자갈치시장 일대. 정채영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