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 현상을 반영하는 신조어 가운데 ‘쉬세션’(shecession)이란 단어가 코로나19 이후 종종 회자되고 있다. 여성(she)의 고용악화(recession)를 의미하는 ‘쉬세션’은 일반적으로 경기침체기에는 제조업, 건설업 등 남성 고용이 더 충격을 받는 ‘맨세션’(mancession)의 정반대 개념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여성의 고용타격이 통상적인 경기침체기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한국은행은 ‘코로나19와 여성고용:팬데믹vs일반적인 경기침체 비교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가구소득 불평등에 미친 영향’ 등 잇따른 보고서에서 코로나19로 경제활동에 타격을 입은 여성 근로자의 현 주소를 진단하는 동시에 코로나19 종식 후에도 여성이 일터로 복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여성 취업자 비중이 높은 보건, 사회·복지, 교육, 숙박음식, 도소매 등 업종에서 취업자 수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것이다. 통상 경제위기 상황에서 이들 업종에서는 오히려 취업자수가 증가했던 것과는 정반대 양상을 보인 것이다. 보고서는 이들 업종이 ‘비필수적’이고 ‘고대면 접촉’ 일자리라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대기업이 밀집해 있는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용의 질이 낮은 부·울·경 고용 현황을 들여다보면 부·울·경의 여성 고용 문제는 더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한은 부산본부 정민수 과장 등이 발표한 ‘코로나19에 따른 부산지역 고용의 취약성 평가’ 보고서만 봐도 이는 명확해진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산지역 여성 취약 일자리 비중은 41.3%로 전국(35.7%) 및 대도시(37.9%)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부산지역 남성의 취약 일자리 비중은 전국(28.3%) 및 대도시(29.3%) 평균을 소폭 상회하는 30.4%였다.

　이 보고서 역시 취약 일자리를 ‘비필수’ 산업인 동시에 ‘비재택’ 직종으로 정의했다. 숙박·음식, 예술·스포츠 분야 노동수요가 줄어들고 운송·판매·기계조작 등 비재택 일자리의 경우에도 근로시간 단축 및 실업 위험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실제로 숙박·음식, 도소매 고용부진의 영향이 여성에게 집중되면서 지난해 2~3분기 부산의 여성 취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3.7%나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전국 여성 취업자 수 감소율이 2.0%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국 평균에 비해 부산지역 여성 고용 악화가 가속화됐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백신 접종이 확산되면서 코로나19 종식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지만, 코로나19가 종료되더라도 여성의 일자리 복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사회’가 새로운 현상으로 떠올랐고, 자동화 및 비대면 일자리로의 대전환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단순반복업무로 특화된 일자리는 자동화 가능성이 큰데, 이를 측정할 수 있는 RTI(Routine Task Intensity)지수를 살펴보면 여성 취업자 비중이 높은 사무직, 서비스직 등에서 RTI 지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로 봤을 때도 여성 취업자의 RTI는 0.97로 남성 취업자(0.80)보다 높았다.

　이처럼 쉬세션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지만 현재 정부의 대응이 여성 일자리에 중심을 두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음식점, 카페 등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이 정부 고용위기 대응 정책의 사각지대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하며, 대면 산업 축소에 따른 일자리 위기에 대한 성인지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