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썹 등록·친환경 배합사료 등
- 일부 어민 “현실과 괴리” 불만
- 해수부 “의견 수렴해 제도 보완”

지속 가능한 수산업 환경 조성과 먹거리 안전을 목표로 한 ‘수산공익직불제’ 시행이 가시화됐다. 지난 5월 ‘수산공익직불제 시행에 관한 법률’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데 이어 최근 국회 심의과정에서 관련 예산 515억 원이 확보됐다. 이로써 이 제도는 내년 3월부터 본격 적용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어 제도 정착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7일 해양수산부와 업계에 따르면 수산공익직불제는 어업인에게 수산자원 보호와 친환경 수산물 생산 등 일정한 의무를 부여한 뒤 이를 지키면 직불금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구체적으로는 ▷어업 생산성이 낮고 정주여건이 취약한 어가를 지원하는 ‘조건불리지역 직불제’(예산 118억 원) ▷젊은 후계 어업인 30명에게 어업경영을 물려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 ‘경영이양 직불제’(40억 원) ▷법규 준수 등에 따른 이익감소를 상쇄해주는 ‘수자원 보호 직불제’(81억 원) ▷안전한 먹거리 생산을 위한 ‘친환경수산물 직불제’(256억 원)로 나뉜다. 이 가운데 조건불리지역 직불제는 2014년 시작됐고 나머지 3개는 새로 도입됐다.

해양수산부는 이 제도가 시행되면 어촌의 공동화와 노령화, 수산자원 남획, 양식과 관련된 환경 문제 등의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산업 체질 개선도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이 해수부의 생각이다.

제도 홍보와 의견 수렴을 위해 해수부는 지난 10월과 11월 전국 지자체 어업인을 대상으로 몇차례 설명회를 가졌다. 부산에서는 지난달 3일 부산공동어시장 대회의실에서 행사가 열렸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시행되는 제도인 까닭에 어업인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HACCP)’을 등록하거나 생사료 대신 환경친화적인 배합사료를 이용하는 어가에 지원되는 친환경수산물 직불제다. 어민은 “HACCP 인증을 받은 수산물과 그렇지 않은 수산물의 가격에 큰 차이가 없어 굳이 이 같은 과정을 거쳐야 할 필요성이 없다”고 말한다. 또 일부 어가는 친환경 배합사료를 쓰면 생산 단가가 높아지는 데다 어류의 성장률이 떨어져 시장 반응이 좋지 않다는 문제점도 거론한다.

경영이양 직불제에 대해서는 젊은 층에 어업경영을 넘길 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어업인 나이를 만 65~75세로 규정한 점이 지적된다. 어업인은 농촌과 마찬가지로 고령층이 많은 어촌계 구성원들이 지원금 수령을 위해 75세 이전에 현업에서 물러나는 사례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에서는 자율적 휴어나 어선 감척 등에 동참하는 어업인을 대상으로 하는 수자원보호 직불제 역시 기대 만큼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수산공익직불제는 도입 후 10년 내 정착이 목표”라며 “어업인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제도를 계속 보완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염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