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천항 방역 헛점 전가” 불만 비등

정부가 하선하는 선원에 대해 오는 13일부터 2주간 자가격리하기로 방침을 정하자 선원들의 반발이 거세다.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선원은 바이러스가 아닙니다. 무조건 14일 자가격리가 아닌 합리적인 조치를 바랍니다’는 글이 올라왔다. 지난 3일 한 국적해운 선원이 올린 이 글은 이틀 만에 8000건에 달하는 동의를 받았다. 이 선원은 “부산 감천항 러시아 선원의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항만 검역의 허술함에 대한 문제가 대두되면서 정부가 무작정 하선 선원들에게 14일간 자가격리 하라고 하는데 이는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흘기는 것’처럼 엉뚱한 곳에 화풀이를 하는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선원들은 해외 접촉이 없거나 설사 접촉이 있더라도 선내에 14일 이상 증상 발현이 없는 경우에도 14일간 자가격리를 강제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한다.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합(선원노련), 한국선주협회, 한국검수검정협회 등도 지난 3일 부산해양수산청에서 열린 관계기관 회의에 참석해 ‘하선자 전원 14일 격리 조치’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했다. 국립부산검역소에서 열린 ‘항만 검역(선원 관리) 강화 방안’ 회의에서도 선원노련 측은 “구멍난 검역으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한국 선원에게만 전가되고 있다”며 검역당국의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하면서 회의가 파행으로 치달았다. 선원노련은 이번 주에 해양수산부 장관, 정세균 국무총리와의 면담을 통해 선원들에게만 가혹한 정부의 조치에 대해 부당함을 알릴 계획이다.

선원들의 불만이 고조되자 해양수산부 김준석 해운물류국장은 “중앙질병관리본부와 협의해 14일 동안 다른 항구에 기항하지 않았고 선원을 교대하지 않았으며, 선내 유증사가 없을 경우 격리를 면제하기로 한 단계 나아간 결론을 이끌어냈다”며 “14일(자가격리 기간) 중 이런 조건(해외 접촉이 없거나 선내 증상자가 없는 경우)을 갖춘 날을 제외한 날짜만큼만 격리해 달라는 요구가 있어 추가로 질본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정환 기자 defian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