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편부두 선석 운영 올스톱
- 1~3 부두 26일까지 폐쇄
- ‘서류 검역’ 의존 방역 구멍
- 해수부 뒤늦게 “승선검사”

코로나19에 부산항이 뚫렸다. 감천항에 입항한 러시아 선박 두 척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17명 발생하면서 방역 및 항만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부산소방재난본부가 23일 부산 감천항에 입항한 러시아 국적 냉동화물선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선원을 부산의료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국립부산검역소와 부산항만공사는 러시아 냉동화물선인 아이스스트림호(3933ｔ) 소속 16명과 아이스크리스탈호(3970ｔ) 소속 1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23일 밝혔다. 시작은 아이스스트림호였다. 이 선박은 지난 16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해 21일 감천항 동편 3부두에 입항했다. 22일 오전 9시 항운노조원 34명, 검수사 3명, 하역사 3명, 수리공 6명이 하역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오전 10시께 이 선박의 전 선장이 러시아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을 선사 대리점이 검역소에 신고해 비상이 걸렸다.

검역당국은 아이스스트림호 선원 21명과 수리공 6명의 검체를 채취하고 작업 중단을 요청했다. 하지만 그 사이 러시아 선원들이 하선해 육상 작업자와 접촉했고, 이 선박에서 작업한 수리공이 아이스크리스탈호에서도 작업해 밀접·간접접촉자가 170여 명으로 늘었다. 22, 23일 아이스스트림호는 선원 21명 중 16명이, 아이스크리스탈호는 선원 21명 중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이날 감천항 동편 3개 부두 13개 선석의 운영은 올스톱됐다. 항운노조원 124명에 대한 코로나19 진단검사 결과가 나오려면 최소 2, 3일이 걸리는데다 안전이 보장되지 않으면 작업할 수 없다는 항운노조 측 입장이 강해 해양수산부는 감천항 7개 부두 중 냉동수산물을 주로 취급하는 1~3부두를 26일까지 폐쇄하기로 했다.

항만 방역에 구멍이 뚫린 근본적 이유로 러시아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대규모로 발병했음에도 검역당국이 직접 승선해 검역하지 않고 서류로만 확인하는 전자검역에 의존한 점이 지목된다. 러시아 당국 및 선사 측이 전 선장의 발열 후 하선 사실을 사전에 알리지 않은 탓도 있지만 이를 걸러낼 수 있는 장치를 검역당국이 선제적으로 마련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감천항에는 러시아 선박이 하루 14척 정도 드나들고, 신항과 북항에 하루 40여 척 입항하는 컨테이너선 선원도 급유와 선용품공급, 청소, 검수 등 많은 업종의 노동자들과 접촉할 가능성이 커 언제든지 유사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검역당국이 현장의 작업 여건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어선의 경우 많은 선원이 좁은 공간에서 장기간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집단감염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또한 입항 후 선원들이 하선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업종의 국내 노동자가 배에 올라 선원들과 접촉할 수밖에 없어 이런 여건에 맞는 방역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부산해양수산청은 검역당국에 건의해 감천항 동편부두에 접안 중인 러시아 냉동운반선 11척에 대해 승선검역을 추가로 했고 향후 입항할 러시아 냉동 운반선도 승선 검역을 우선 시행할 방침이다.

유정환 기자 defian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