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미증유의 경제 전시체제”
- 중기·자영업자 ‘핀셋 지원’ 추진
- 2차 추경 편성 논의도 본격화

- 소상공인에 연 1.5% 대출 12조
- 신속대출 위해 시중銀으로 확대
- 중소기업 5조5000억 특례보증

- 금융·외환시장 안정화 위해
- 10조 이상 ‘채권안정펀드’ 조성
- 회사채 발행 자금조달 지원도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제1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총 50조 원 규모의 자금을 민생·금융 안정에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제 위기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이에 대한 정부의 위기감이 어느 정도로 커졌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현 상황을 ‘미증유의 경제 전시체제’로 규정한 정부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 대한 ‘핀셋 지원’을 우선 추진한 뒤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홍남기(가운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제1차 비상경제회의 개최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상공인 이자 상환 6개월 연장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날 비상경제회의를 마친 뒤 관계부처와 함께 발표한 ‘민생·금융 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은 ▷중소기업·소상공인 등에 대한 충분한 금융 지원 ▷금융·외환시장 불안에 대한 선제적 대응 등 2가지 방향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와 관련한 세부 프로그램은 총 9개다. 홍 부총리는 “50조 원 이상의 대규모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1차로 조성하고 향후 코로나19 상황 전개에 따라 지원 규모를 추가로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50조 원 중 4분의 1에 해당하는 12조 원을 초저금리(연 1.5% 수준) 대출 프로그램인 ‘소상공인 긴급 경영자금’ 용도로 쓴다. 도소매 음식 숙박 등 영세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가 주 지원 대상이다. 지원 규모는 ▷저신용자 2조7000억 원 ▷중신용자 5조8000억 원 ▷고신용자 3조5000억 원 등 신용도에 따라 차등 편성됐다. 특히 정부는 자금 수요가 몰려 신속한 대출이 어려워지는 상황을 막고자 소상공인 긴급 경영자금을 취급하는 금융기관을 전체 시중은행으로 확대했다. 지금까지는 기업은행이나 지역신용보증재단이 주로 취급했다.

코로나19로 일시적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대출과 관련해서는 5조5000억 원 규모의 특례 보증을 지원한다. 특례 보증은 일반 보증보다 보증료율을 낮추고 보증 비율을 높인 상품이다. 연 매출액이 1억 원 이하인 영세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긴급한 자금을 전액 보증해주는 프로그램을 3조 원 규모로 운영한다.

국내 모든 금융사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출의 만기 및 이자 상환 기간을 6개월 이상 연장해준다. 이는 취약계층의 금융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조처다. 지금까지는 은행권과 제2 금융권 일부에서만 만기 연장 프로그램을 시행해 왔다.

■10조 원 규모 채권안정펀드 가동

‘패닉’에 빠진 금융·외환시장을 안정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정부는 우선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재가동하기로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처음으로 조성된 이 펀드는 자금난을 겪는 기업에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된다. 당시 정부는 해당 펀드를 10조 원 규모로 편성했다. 이번에는 ‘10조 원 이상’이 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유동화회사보증(P-CBO)도 6조7000억 원 규모로 발행해 회사채 시장의 안정을 돕기로 했다. P-CBO는 회사채를 직접 발행하기 힘든 기업이 저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채권시장안정펀드와 P-CBO의 세부적인 내용은 다음 주에 발표된다.

정부는 2차 추경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한다. 홍 부총리는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가 지속적으로 대책을 마련하면서 필요한 재원 문제를 같이 검토할 것”이라며 “2차 추경 역시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홍 부총리가 2차 추경과 관련해 ‘논의하겠다’고 말한 것은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정치권과 경제계의 거듭되는 요구에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다만 재난기본소득 등 보편적 지원 방안은 이날 비상경제회의에서는 공식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 막대한 재원 마련 방안과 포퓰리즘 논란 등을 의식해 정부가 아직은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

민생·금융안정패키지 주요 내용 소상공인 긴급경영자금 신규 지원 12조 원 규모로 확대(시중은행 포함, 1.5% 초저금리) 중소기업·소상공인 5.5조 원 규모 특례보증지원 시행 대출 원금 만기연장 모든 금융권으로 확대 전 금융권,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금 이자 납부 유예 영세 소상공인 5000만 원까지 대출금 전액 보증 (연 매출 1억 원 이하, 3조 원 규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