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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도 주식처럼, 거래소서 사고 팝니다

공급독점 시장 구조 개선 위해 ‘KRX석유시장’ 2013년 개설

  • 국제신문
  •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
  •  |  입력 : 2019-12-30 19:45:06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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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유저장시설 있어야 참여가능
- 정유사가 매도, 주유소가 매수
- 올 9월까지 249억ℓ 32조 거래

- 에너지경제연구원 분석 결과
- 2013~2017년 소비자 판매가
- 1500억 원 인하 효과 나타나

“한국거래소(KRX)에서 석유도 거래합니다.”
한국거래소가 주식·채권 거래와 시장 관리를 하는 곳인 것을 대다수가 알고 있지만 석유 매도자와 매수자 사이에 다리를 놓고 있다는 것을 아는 이는 드물다. 한국거래소는 석유시장 안정화라는 정부 방침에 따라 2012년 3월 말 ‘KRX석유시장’을 개설해 7년 동안 운용하고 있다.

KRX는 불합리한 석유시장 유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이 같은 시스템을 만들었다. 국제 유가가 폭락하는데도 국내 휘발유 가격은 떨어지지 않았다. 소수 대기업 정유사들이 공급을 독점하며 담합하는 시장 구조 때문이었다. KRX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휘발유 가격도 ℓ당 2000원을 훌쩍 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국제유가가 폭락하더라도 국내 휘발유 가격은 그만큼 내려가지 않는다. 국내 석유유통 구조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KRX석유시장은 이 같은 구조를 바꿔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대형 정유사가 석유를 독점하며 장외에서 판매하지 않고, 증권시장처럼 장내에서 서로 경쟁해 거래를 체결하고 그 가격을 실시간 공개하도록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구체적인 운영 방식은 이렇다. 우선 두바이유 같은 원유는 거래되지 않는다. 원유를 정제해 만든 석유가 상품이 된다. 자동차용 휘발유와 경유, 난방용 등유 등이 거래된다.

원하는 사람 누구나 KRX석유시장 거래에 나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에서 정한 저유시설(석유저장시설)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 주로 정유사와 수출입업자가 석유를 팔고, 전국의 주유소와 대리점이 이를 사들이는 구조다.

기본 거래단위는 2만ℓ다. 팔려는 이들은 좀 더 비싼 값을, 사려는 이들은 싼값을 KRX 시스템에서 흥정한다. 이를 통해 시장가격이 정해진다. 거래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며, 가격은 전일 마지막 가격(종가) 대비 상하 10% 이내로 제한된다.

KRX석유시장은 2012년 3월 말 개설된 뒤 올해 9월까지 249억ℓ의 석유가 팔렸다. 총 32조 원의 석유가 이곳에서 거래됐다. 2012년 6억9000ℓ 거래 이후 2014년 34억ℓ까지 거래량이 증가했다가 이후 감소세를 보이다 지난해 48억ℓ 거래로 최고치를 찍었다. 올해는 11월까지 47억500ℓ가 거래됐는데 12월 31일까지 49억ℓ가 무난히 거래될 것으로 예상된다.

KRX석유시장 거래량이 는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KRX 관계자는 “대기업 정유업체가 가격을 담합해 올리고, 이에 동조하지 않는 주유소는 배제하는 영업 형태가 이뤄졌다”며 “대기업 정유사 이름을 걸지 않고 영업하는 독립주유소가 더는 눈치를 보지 않고 영업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KRX석유시장에서 석유를 구매할 경우 법인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거래 금액의 0.2%만큼 법인세(소득세)를 공제해준다. 또 이 시스템을 이용하는 주유소는 석유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짜 석유와 자금사고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KRX가 철저하게 참가자 관리와 제품 대금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때문이다. 현재 이 시스템을 이용하는 전국 주유소는 1650여 개다. 2013년 1200개에서 매년 조금씩 증가하는 상황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석유전자상거래 성과평가기법 제도 연구(2017년)’에 따르면, KRX석유시장 거래 규모가 성장하면서 석유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KRX석유시장에 참여한 주유소의 소비자 판매 가격 인하 효과가 2013년~2017년 4년간 15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KRX석유시장 가격이 장외 공급가격(대기업 정유사의 공급)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유가정보서비스 사이트인 오피넷(Opinet)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 평균공급 가격과 비교해 KRX석유시장 가격은 19년 3분기 휘발유 기준으로 약 39원 정도가 더 저렴했다.

KRX는 전국 100여 개 주유소 대표들과 함께 부산에서 워크숍을 진행했다. 여기서 시장 참여도가 높은 SPC삼립김천(부산 방향) 주유소와 오일프랜드협동조합, 바이오시스금왕(제천) 주유소 등 3개사를 KRX 우수 주유소로 뽑아 시상했다.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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