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끈 직접 챙겨가야 하나” 불만

오는 1일부터 대형마트의 자율포장대에서 종이상자를 포장하는 데 사용하는 테이프와 끈이 사라진다. 자율포장대에서 나오는 접착 테이프와 끈 등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환경부의 조치다.

30일 홈플러스 아시아드점을 찾은 한 고객이 자율포장대에서 구입한 물건을 종이상자에 담고 있다. 자율포장대 벽면에는 1월 1일부터 포장용 테이프와 끈이 제공되지 않는다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홈플러스 제공

애초 종이상자까지 제공하지 않는 안이 검토됐으나 비판이 제기되자 정부는 테이프와 끈만 제공하지 않은 형태로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제도가 시행되면 소비자의 불편과 혼란이 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이마트, 롯데마트, 농협하나로유통 등 대형마트 4개사는 새해 첫날부터 자율포장대에서 포장용 테이프와 플라스틱 끈을 제공하지 않는다. 환경부에 따르면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개사의 자율포장대에서 활용하는 테이프와 끈 등 재활용이 불가능한 폐기물이 연간 658ｔ이다.

환경 보호 취지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거센 반발은 이어지고 있다. 대형마트에서는 물건을 한꺼번에 대량으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장바구니만으로 상품을 운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종이상자가 제공되지만 테이프나 끈이 없이 상자 하단을 접어서 사용할 경우 고정력이 약해 상품이 파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 때문에 일부 마트는 종이 재질로 된 테이프 제공을 고려했지만 재활용이 어렵고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 제공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는 실질적인 규제를 하고도 책임은 대형마트에 미루는 모양새다. 환경부 관계자는 “자율포장대 운영은 법으로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협약에 따른 것”이라며 “대형마트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고 했다.

주부 윤모(42) 씨는 “이제 마트에 갈 때는 포장용 테이프를 갖고 다녀야 할 판”이라며 “취지는 이해하지만 다수의 편의를 위해 최소한의 테이프나 끈 사용은 허용하는 것이 맞지 않나. 자동차가 매연을 발생시킨다고 해서 차를 금지시키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