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커리 어묵 시장 정체기
- 10년간 국내 어묵기업 매출
- 2705억→ 6673억 급증 불구
- 인건비 부담·소비 감소 악순환
- 성급한 전국·해외진출도 한몫
# 지역 어묵업계 자구책으론 한계
- 30여 개 어묵기업 둔 부산
- 서 너개 외 대다수가 영세
- 수입 의존 어육 확보망 구축
- 생산시설 공동화·현대화 필요
‘부산 어묵’의 위기는 비단 삼진어묵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의 어묵 산업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베이커리 어묵’으로 외연을 키우던 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정체기를 맞이했다. 지역 어묵업계 내부에서는 신제품 개발 등 자구 노력도 필요하지만 정부와 부산시가 지역 특화산업인 어묵 제조 및 유통 산업의 부흥을 위해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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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부산 신세계센텀시티 지하 1층 삼진어묵의 베이커리 매장. 최근 몇 년간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던 어묵산업이 경기 침체와 확장성의 한계로 성장이 정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5일 통계청의 ‘어육가공품 국내 매출’ 통계를 보면 어묵 산업은 최근 10년 새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07년 국내 어묵기업들의 연 매출액은 2705억 원이었지만 해마다 매출 규모가 늘어나 2017년에는 6673억 원으로 3배 가까이 성장했다. 2007년 60개였던 전국의 어묵업체 수는 2017년 74개로 소폭 증가했다.
매출액이 늘었다고 해서 기업의 순이익이 증가한 것은 아니다. 베이커리 제품이 출시되며 ‘프리미엄 어묵’이 대세를 이루던 2013년을 기점으로 기업들은 제품 생산과 판매를 위해 인력을 대거 추가 고용했다. 매출원가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게다가 세계화를 겨냥한 ‘어묵 한류’가 성공을 거두지 못한 가운데 내수시장은 늘어난 기업 간 치킨게임 양상으로 흐르면서 출혈만 커졌다. 어묵 산업의 외형은 성장한 것처럼 보였지만 기업의 이익은 많지 않았던 셈이다.
어묵 산업의 위기를 초래한 또다른 요인은 원자재 가격 상승이다. 어묵 제조에 사용되는 어육(명태살)은 국내 해역에서 구하기 어렵다. 90% 이상을 동남아와 러시아 등 해외 수입에 의존한다. 삼진어묵 관계자는 “2년 전 ㎏당 3000원 수준이던 어육이 최근에는 4000원 이상으로 뛰었다. 원자재 가격이 높아지니 어묵 가격도 상승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어묵이 비싸지면서 소비가 주는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토로했다.
삼진어묵의 경우, 2013년 베이커리 제품 성공 후 무리하게 판로를 확장한 것이 경영 악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부산 중심의 판매망을 전국으로 넓힌 것을 비롯해 해외까지 매장을 확장한 것이 성급한 판단으로 귀결됐다. 삼진어묵은 2017년 싱가포르에 해외 매장을 처음 연 것에 이어 현재 홍콩과 인도네시아 등 10여 개국에 직영 매장을 운영 중이다.
삼진어묵에서 퇴사한 한 직원은 “어묵의 세계화를 꿈꾸는 것은 좋지만 미국이나 유럽인의 입맛을 사로잡기에는 물고기로 만든 케이크, ‘Fish cake(피시 케이크)’는 아무래도 어색하다. 의욕만 넘쳐 꼼꼼한 전략분석 없이 사업을 확장했기에 어묵 산업 자체가 어려워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진어묵 박용준 대표는 “가격 대비 질이 좋은 어묵을 만드는 체질 개선 작업과 새로운 판로 개척으로 이 위기는 타계할 수 있다. 해외사업의 경우 시행착오를 겪고 있을 뿐이지 현지화를 통해 성공할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동 생산·보관시설 등 지원책 필요
전국 74개 어묵기업 가운데 절반 가까운 30여 개가 부산에 있다. 종업원 500명 이상인 삼진어묵은 그나마 나은 상황이고 다른 기업들은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 다수가 여전히 낙후된 생산 시설에서 어묵을 생산한다. 오래된 가내수공업 방식이다. 한 어묵 기업 관계자는 “회사 규모가 커지면 설비투자에부터 나서는 것이 상식이다. 부산의 어묵기업은 설비투자 없이 인원만 뽑아 판매망만 늘리려고 해 어려움을 자처한 꼴”이라고 말했다.
부산 어묵을 살리기 위해 정부와 부산시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효성어묵 백상우 이사는 “많은 영세기업이 모여서 함께 제품을 생산하는 현대식 생산시설을 조성해 주는 것만으로 큰 힘이 된다. 냉동·냉장·진공살균설비 등이 갖춰진 보관창고를 이용할 수 있다면 기업이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경대 장영수(해양산업경영학과) 교수는 “어묵기업 지원책의 핵심은 원자재 확보의 안전망을 구축해주는 것”이라며 “영세한 민간기업에 구하기 어려운 원자재 구입을 맡길 것이 아니라, 질 높은 원자재의 대량·예약 구매가 가능하도록 정부가 중재를 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