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EU와 공조 방안도 제기
정부가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에 맞서 ‘상응 조치’를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를 두고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주요 기업 총수와 만나 대책을 협의하는 등 정부와 재계 간 물밑 논의가 활발하다.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적절한 수위로 맞대응 카드를 마련한다는 게 정부 전략이다.
홍 부총리와 김 정책실장은 7일 서울 모처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과 비공개 회동을 하고 일본의 수출 규제 문제를 논의했다. 5대 그룹의 나머지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일본 출장 등으로 이날 회동에 참석하지 못했다. 문재인대통령 역시 이번 사태와 관련해 오는 10일 30대 그룹 총수와 간담회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이날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외에 ‘상응 조치’를 위한 카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일본 정부가 지난 4일부터 자국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관련 3대 핵심 소재의 대한국 수출을 제한한 데 이어 추가 ‘경제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현재 정부는 우리 전략이 노출될 수 있는 만큼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언급하지 않는다. 청와대가 이날 회동에 참석한 기업 이름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고 대변인은 “청와대와 면담하는 기업을 모두 밝히면 일본 측에 전략을 다 내보이는 것이므로 노출을 안 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산업계에서는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처로 메모리 반도체 등 주요 품목의 대일본 수출을 제한하거나 일본산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메모리 반도체는 우리 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60%대에 달한다.
일본산 농산물 수입을 제한하거나 일본 국민을 대상으로 비자 발급을 까다롭게 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미 민간 차원에서는 일본산 제품 불매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의 이번 조처로 반도체 등 분야에서 생산 차질이 예상되는 미국 중국 유럽연합(EU)과 공조해 일본 정부를 압박하는 방안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김태경 이석주 기자 tgkim@kookj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