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지국 장비 점유율 세계 1위
- 유지보수 수입으로 꾸준한 매출
- 네트워크 열세 삼성전자 위협

- MWC19서는 첫 폴더블폰 공개
- 고가폰 업체 이미지 변신까지
- 中 내수시장만 장악해도 파급력

미국 수사기관이 중국 정보통신기술그룹인 화웨이의 멍완저우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최근 기소했다. 법정에 세워 처벌하겠다는 뜻이다. 글로벌 통신·단말기 업계는 미국의 이런 행위가 오히려 화웨이를 홍보하고 영업력을 되레 키워준다는 역설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궁지에 몰린 화웨이가 필사적으로 마케팅과 홍보에 나섰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무리한 화웨이 몰아붙이기

미국은 또한 화웨이의 네트워크 장비에 보안 위험이 있고 중국 정부가 네트워크 장비로 정보를 빼낼 수 있다며 중국 시진핑 정부를 압박했다. 그러나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는 이런 조치에 합당한 근거를 찾을 수 없고 무리한 제재라고 반박했다. 영국 정보통신본부(GCHQ) 수장이었던 로버트 해닝언은 최근 언론 기고에서 “국가사이버보안센터(NCSC)에서 중국 정부가 화웨이로 사이버 범죄 행위를 하고 있다는 증거를 한 번도 찾아내지 못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미국의 전통적 우방 국가인 아랍에미리트 역시 지난 26일(현지시간) 올해 전반기에 화웨이 장비로 5G 타워 300개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독일은 화웨이를 공개 입찰에서 배제하면 탈법이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LG유플러스 하현회 부회장도 “화웨이 장비에 이상이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화웨이 견제에 역풍이 부는 셈이다.

모바일 올림픽이라 불리는 ‘MWC19(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19, 지난 25~2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가 개최됐다. 이번 MWC19 행사는 화웨이가 어떤 제품과 솔루션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린 것은 당연했다.

화웨이는 폴더블폰, 5세대 이동통신(5G) 네트워크 및 솔루션 분야에서 자사 제품과 기술력을 과시했다. 저가폰 이미지가 강했던 화웨이는 단말기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한 셈이다. 네트워크 장비(기지국 설비) 분야에서 세계 점유율 1위(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글로벌 점유율 28.0%)다.

화웨이는 통신 기지국 설비인 네트워크 장비를 공급하며 내실을 다져왔고 이제는 소비자용 스마트폰 단말기 시장에서 저가폰 점유에 이어 고가 단말기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가 네트워크 장비 분야에서 열세인 점과는 다른 양상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 하드웨어(스마트폰, 기지국 장비) 업체가 실질적으로 매출을 올리는 분야는 기지국 장비 판매와 함께 기지국 유지 및 수리다. 기지국 보수는 일상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한 번 기지국 장비가 납품되면 20년 이상 유지 보수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화웨이가 기지국 장비 세계 점유율 1위인 점은 그만큼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기반이 탄탄하다는 뜻이다.

■화웨이는 어떤 상품을 내놓았나

화웨이는 MWC19 개막 전날 5G 폴더블폰 ‘메이트X’를 공개했다. 화웨이는 “자사 5G 모뎀 칩셋인 발롱 5000을 탑재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5G 스마트폰이고 삼성전자의 ‘갤럭시 폴드’보다 더 얇고 디자인이 더 좋다”고 강조했다. 메이트X의 가격은 290만 원가량으로 예상된다. 이는 갤럭시 폴드보다 60만 원 비싸다.

또한 화웨이 메이트 X는 디스플레이 크기도 삼성전자 갤럭시 폴드보다 크다. 메이트X는 접으면 6.3~6.6인치, 펼치면 8.0인치인 반면 삼성전자 갤럭시 폴드의 화면은 7.3인치(펼쳤을 때)와 4.6인치(접었을 때 바깥쪽 디스플레이)다.

화웨이는 메이트X의 초기 출시 물량을 20만 대 정도로 잡으면서 가격에 신경 쓰지 않는 프리미엄 고객층을 사로잡겠다는 전략을 쓰고 있다. 화웨이는 2015년 기준으로 애플 삼성전자에 이어 글로벌 점유율은 3위에 불과하지만 MWC19에서의 폴더블폰 경쟁을 계기로 삼성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번 MWC에서 폴더블폰 경쟁에서 삼성전자와 화웨이 간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무엇보다 미국의 무리한 ‘화웨이 때리기’가 글로벌 소비자와 업계의 시선을 화웨이에 쏠리도록 한 점은 분명하다.

■화웨이의 역공

궈핑 화웨이 순환회장은 지난 26일 MWC19 기조연설에서 미국을 겨냥해 역공을 펼쳤다. 궈핑 회장은 “화웨이는 대규모의 5G 네트워크를 처음으로 구축한 회사다. 우리는 가장 단순하지만 뛰어난 기지국을 제공할 수 있다”며 “화웨이는 분명 5G 분야의 리더이지만 보안 없이는 이 모든 혁신의 가치도 없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는 화웨이의 기지국 설비를 LG유플러스가 받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화웨이의 기지국 장비의 가성비(가격 대 성능 대비)가 높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특히 동남아 국가가 화웨이 장비를 선호한다고 한다.

또한 화웨이는 중국 내수 시장만으로도 생존이 가능한 구조를 갖고 있다. 궈핑 회장은 지난 24일(현지시간) MWC19 개막식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위협을 일축하며 “미국 시장이 없어도 화웨이는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화웨이

중국 선전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1987년 창립했다. 종업원 지주제도를 취하고 있는 비상장 기업이다. 2017년 12월 기준으로 세계 170여 개국 지사에 18만 명이 근무하고 있다. 매출액은 103조5075억 원(2017년 12월 기준, 미화 925억 달러)이고 전년 대비 15.7% 증가했다(같은 기간 삼성전자 매출액은 239조 원가량). 캐리어 네트워크(유무선 네트워크 설치 및 유지 보수) 엔터프라이즈(IT서버 및 클라우드 컴퓨팅 등) 컨슈머 디바이스(휴대폰 및 PC 등) 사업부가 주축이다.

정옥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