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저임금에 약정휴일 제외
- 노사 합의한 유급 휴일 의미
- “인건비 부담” 재계 반발 수용
- ‘주휴시간 포함’ 틀 유지 그쳐
# 재계-노동계 모두 정부 질타
- 경총 “주휴수당 폐지해야” 지적
- 노동시간 단축 계도기간 연장에
- 노총 “사용자 단체 요구만 수용”
정부가 최저임금을 산정할 때 기준이 되는 ‘근로시간’에 법정 주휴시간을 포함하되 노사 합의에 따라 정해지는 약정휴일 시간은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경영계가 요구해 온 ‘약정휴일 제외’와 ‘주휴시간 제외’ 중 절반만 수용하면서 절충안 찾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결정을 놓고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가 반발하고 있어 최저임금을 둘러싼 진통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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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갑(오른쪽) 고용노동부 장관이 24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용우 기자 |
정부는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수정안을 논의했다. 이 수정안은 오는 31일 국무회의에서 최종 의결된 뒤 다음 달 1일부터 적용된다.
수정안에 따르면 약정휴일 시간은 최저임금 산정 기준 시간에서 제외된다. 약정휴일은 법이 보장한 주휴시간(주 1일) 외에 노사가 합의한 추가 유급 휴일을 말한다. 주로 토요일이 여기에 해당한다.
애초 고용노동부가 마련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원안은 최저임금 산정 기준 시간에 ▷소정근로시간(노동자가 실제 일하기로 정해진 시간) ▷주휴시간과 약정휴일 시간을 포함한 ‘소정근로시간 외 유급으로 처리되는 시간’을 모두 포함하도록 했다.
이럴 경우 월 노동시간은 ▷소정근로시간 174시간(주 40시간×월평균 4.345주) ▷주휴시간 35시간(일요일 8시간×월평균 4.345주) ▷약정휴일 시간 17시간(토요일 4시간×월평균 4.345주)을 합쳐 226시간이 된다. 약정휴일(토요일) 시간을 8시간으로 잡은 곳은 243시간으로 불어난다. 월 노동시간이 길어질수록 기업이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임금은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정부의 이날 결정은 외형상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을 우려하는 재계의 반발과 ‘주휴시간 포함’을 촉구해 온 노동계의 주장을 절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고용부의 원안이 후퇴한 데다 노동계가 ‘약정휴일 포함’까지 강하게 촉구했다는 점에서 정부가 사실상 경영계 요구에 더 비중을 두고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3일 고용부 이재갑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녹실(綠室) 간담회’에서 기업의 인건비 부담 경감을 위해 ‘약정휴일 제외’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고 경영계의 반발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법정 주휴시간이 최저임금 산정 기준 시간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사용자 단체는 24일 각각 성명을 내고 “미봉책에 불과하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여러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주휴수당을 폐지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노동계의 반발은 더 거세다. 특히 정부가 이날 노동시간 단축에 대해서도 계도기간을 늘리기로 한 상황이어서 비판의 수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이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 직후 브리핑을 열어 “노동시간 단축을 추진 중이거나 준비 기간이 필요한 기업에 대해 (계도기간을) 내년 3월 31일까지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입장문을 내고 “정부가 전적으로 사용자 단체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라며 “이제는 노동자의 삶의 질 개선도, 고용 창출도 기대할 수 없게 됐다”고 비판했다.
※ 약정휴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법정휴일 이외에 단체협약 등을 통해 별도의 휴일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취업규칙 등에 따라 근로자가 ‘근로의 의무를 지지 않는 날’로 정한 날이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경조사휴가 등 4일, 회사창립일 및 노조창립일 휴무 각 1일, 하계특별휴가 4일 등 평균 10일간의 약정휴가를 부여하고 있다.
이석주 정옥재 기자 sereno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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