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혐의를 받아 거래정지된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가 결국 상장폐지를 면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대한민국에서 삼성은 무적’이라는 비아냥이 나온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심사위원회에 긴장한 표정으로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한국거래소는 기업심사위원회 회의를 열고 삼바의 상장 유지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11일부터 삼바 주식의 거래가 재개될 예정이다. 이번 결정으로 시가총액 22조 원에 달하는 대기업이 상장폐지되는 사태는 면하게 됐다. 거래소 측은 10일 “앞으로 삼바가 경영 투명성 개선 계획을 잘 지키는지 점검하겠다”라고 밝혔다.

삼바의 분식회계 의혹은 2015년 삼바 측이 4년간의 적자에도 불구하고 1조 9000억 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시작됐다.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를 관계사로 변경하면서, 에피스의 지분가치를 2900억대에서 4조8000억원대로 재평가했고, 이러한 회계상 투자이익을 실제 장부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당시 삼바는 에피스의 지분 91.2%를 보유하고 있었다. 일부 매체는 삼성 측이 에피스를 자회사에서 관계사로 변경한 것을 두고 ‘(에피시의 합작사인 미국 바이오젠이) 지분 50% -1주를 확보할 수 있는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져 ‘지배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갑작스러운 기준의 변경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제일모직은 삼바 지분 46%를 갖고 있었고, 이는 합병 비율의 판단 요소 중 하나였다. 또 이재용의 삼성그룹 승계 문제와도 얽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대마불사’의 논리가 시장 투명성을 흐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대한민국에서 삼성은 불패’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거래 정지와 상관없이 금감원과 삼바 사이에 법적 공방은 계속될 전망이다. 삼바는 검찰 수사도 앞두고 있다.

한편, 삼바에 투자 한 ‘개미투자자’들은 이번 거래소의 결정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됐다. 삼성바이오 유통 주식은 25%가량이다. 이중 10%가 넘는 물량은 개인 투자자들이 갖고 있다. 김준용 기자